장기화되는 타고투저, 투수들의 대응책과 미래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BO리그는 타고투저가 장기화되고 있다.

2016시즌 초반 타고투저 흐름이 다소 꺾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5월 들어 기온이 올라가면서 타고투저 흐름이 다시 극대화되고 있다. 10점 이상 대량득점 경기가 쏟아진다, 경기 시간도 4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KBO리그 타율은 0.280, 평균자책점은 4.87이었다. 2014년의 0.289, 5.21보다는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타고투저의 시대였다. 올 시즌도 변함 없다. 28일 현재 KBO리그 타율은 0.284, 평균자책점은 4.97이다.

타자들의 파워와 테크닉은 계속 발전하는데, 투수들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타고투저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투수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살아남느냐다. 현장 지도자들에 따르면 분명 투수들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선 근본적인 틀이 바뀌는 건 쉽지 않다는 평가다.

▲도루 감소

현재 KBO리그는 SK와 두산이 주도했던 2000년대 막판 스피드 야구와는 또 다르다. 당시에는 한 베이스 더 가는 창의적인 주루와 적극적인 도루가 대세였다. 지금도 각 팀들은 도루와 적극적인 주루를 장려한다. 실제로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주루는 자주 볼 수 있다. 27일 인천 SK-삼성전 1회초 1사 1,2루 상황서 삼성 2루주자 배영섭이 최형우의 2루수 땅볼 때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한 게 그 예다.

그런데 도루 숫자는 감소했다. 지난해 리그 도루는 1202개였다. 경기당 1.67개. 그러나 올 시즌 리그 도루는 325개다. 경기당 1.44개다. 사실 128경기 체제서 2013년 1167개(경기당 2.03개)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에도 1024개(경기당 1.78개)에 불과했다. 리그 도루 숫자가 최근 2~3년간 계속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 가능하다. 우선 타자들의 파워와 장타를 치는 테크닉이 성장하면서, 굳이 아웃 위험이 있는 도루를 많이 시도하지 않는다. 두산이 대표적이다. 민병헌, 오재원, 정수빈 등은 마음 먹으면 연간 2~30개의 도루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민병헌과 오재원의 경우 정확한 타격과 장타력에 눈을 뜨면서 도루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김태형 감독도 굳이 도루 사인을 내지 않는다. 상, 하위타선을 가리지 않고 잘 친다. 기동력 야구를 선호하는 NC 김경문 감독도 올 시즌에는 도루를 장려하지 않는다. 박석민이 가세하면서 장타력으로 승부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태형 감독은 "도루는 체력소모가 많다. 1루에서 견제구만 몇 차례 받아도 슬라이딩을 하느라 체력이 떨어진다. 다칠 위험도 있다"라고 했다. 타자들의 장타력과 타격 테크닉이 지금보다 떨어졌던 2000년대 후반에는 도루 필요성이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또 하나는 투수와 포수가 상대 도루 타이밍을 많이 연구한다는 점이다. 주자가 투수들의 슬라이드스텝을 꿰는 것처럼, 투수와 포수 역시 주자들의 독특한 스킵 습관을 미리 익히고, 실전서 대응한다. 예전에는 포수가 간결하고 강한 송구로 도루저지율을 높였지만, 요즘은 투수들도 슬라이드스텝을 줄여 대응한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LG 양상문 감독은 "도루가 줄어든 건 투수들의 노력도 한 몫 한다. 못 뛰게 하기 위해서 평상시에 연구를 많이 한다"라고 했다. 김태형 감독도 동의했다.

▲투수들의 미래

투수들은 주자 움직임 분석과 슬라이드 스텝의 개선으로 최대한 도루를 억제한다. 그러나 타자들의 장타력 업그레이드에는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상급 투수들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김광현(SK)의 경우 패스트볼+슬라이더 투 피치에서 커브와 체인지업을 완벽히 장착한 포 피치 에이스로 거듭났다. 유희관(두산)은 최근 오른손 타자들에게도 과감히 몸쪽으로 꺾이는 슬라이더를 구사, 허를 찌른다.

그러나 여전히 같은 1군투수라고 해도 주축 선발과 추격조의 기량 차가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주축 투수들은 나름대로 구종의 다변화와 구질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구위가 떨어지고 제구력, 경기운영능력이 떨어지는 투수들은 매년 발전하는 타자들을 극복하는 게 쉽지 않다.

국내 한 투수출신 지도자는 "아마추어에서부터 투수들을 체계적으로 키워야 한다. 프로에 들어온 투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건 한계가 있다. 프로에선 몸이 굳는다"라고 했다. 프로에 입단한 성인 투수들은 대부분 성장판이 닫히고 나이를 먹으면서 유연성이 조금씩 떨어진다. 때문에 몇 가지 변화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는 있다. 그러나 평범한 투수가 노력만 한다고 해서 류현진급으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아마추어 야구계도 인식한다. 그러나 에이스, 주요 투수에 대한 의존도는 높다. 현실적으로 프로에 상위순번으로 입단한 투수 유망주들은 수술과 재활부터 하고 2군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투수 유망주가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잠재력을 터트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만이 타고투저를 극복하고 한국야구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장기적, 근본적 대책이라는 게 현장의 시각이다.

[KBO리그 경기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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