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부여군] 성안이 모두 숲이고 문화의 향기가 진한 곳, 부소산성 숲

부소는 과거에 숲이 찬란한 곳이었다. 백제 성왕이 공주에서 이곳으로 수도를 옮긴 후 123년 동안 살았던 사비도성의 중심이었다.

부여에 있는 부소산성은 106미터 높이의 부소산에 흙으로 성광을 만든 토성이다. 평시에는 궁궐의 후원으로 이용하고 유사시에는 궁궐을 보호한 곳으로 이중의 성벽을 두른 백제식 산성이다. 성 전체면적은 약75헥타르이고 길이는 약 1.5킬로미터다.

주차장을 지나 사비문을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폭 10미터의 잘 닦인 산책로가 있다. 백제의 대표적 충신인 성충, 흥수, 계백의 충심을 기리기 위한 삼충사를 둘러보고 나오면 본격적인 숲길이다. 영일루에서 잠시 쉴 수 있다. 작은 언덕 위에 신령스럽게 서 있는 30여 그루의 소나무가 있는 곳은 과거 곡식을 저장해 놓았던 군창지다. 이후에는 내리막길이다. 흙성마루에 서 있는 소나무가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산책길과 대조를 이룬다.

숲과 역사가 어우러진 낙화암과 고란사 가는 길로 접어든다. 자연 훼손을 최대로 줄인 숲 터널 산책길은 돌계단으로 이루어지고 정상에서 백마강으로 가는 길이라 내려가기가 수월하다. 계단 위로 쏟아질듯이 피어난 졸참나무 잎, 물이 흐르는 길옆 바위에 붙은 이끼, 바위틈 사이에 얽히고설킨 나무뿌리를 보며 걷다 보면 자연과 하나되는 느낌이 든다.

절벽 아래 단아하게 자리 잡은 고란사가 자연의 일부로 숨쉰다. 그 앞의 백마강을 바라보는 단충숲은 또 다른 기쁨을 안겨준다. 절 뒤편의 절벽 아래 바위틈에서 생산되는 고란약수는 백제 왕실의 전용 음용수인 어용수(御用水)였으며 그 터를 어정(御井)이라고 했는데 물맛이 일품이다. 주변의 오래된 느티나무 무리도 인상적이다.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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