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두산, 미리 준비하는 플랜B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은 플랜B를 미리 준비한다.

KBO리그 정규시즌은 144경기 장기레이스다. 시즌 전 코칭스태프가 파트 별 최상의 운영 시나리오를 수립한다. 그러나 수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언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중요한 전력으로 생각한 선수가 부진 혹은 부상에 시달릴 수 있다. 외부에서 뜻밖의 변수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때문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플랜B, 플랜C는 반드시 미리 준비해야 한다.

퓨처스리그, 3군 혹은 육성군과 재활군을 체계적으로 운영 및 관리하는 이유다. 진정한 강팀은 1군과 퓨처스, 3군, 육성군 혹은 재활군과의 효율적인 연계가 이뤄진다. 언제든 필요한 선수를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다.

▲두산의 예비전력

그런 점에서 선두를 질주 중인 두산도 예비전력이 괜찮다. 김태형 감독은 "2군에서 선수들을 많이 준비시키고 있다. 2군 성적은 2군 성적일 뿐이지만, 2군에서 괜찮은 성적을 낸 선수들은 1군에서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코칭스태프는 퓨처스리그 성적만으로 1군 콜업 대상과 1군에서 통할 선수들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퓨처스리그 성적을 무시할 수는 없다.

마운드에선 NC 출신의 오른손 사이드암 박진우가 돋보인다. 퓨처스리그 20경기서 1승4홀드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 중이다. 5월 15일 한화전 이후 5경기 연속 실점하지 않았다. 이미 강동연(푸처스 1패6세이브 평균자책점 0.71)과 홍영현(퓨처스 2승1패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13)은 1군 맛을 봤다. 최근 강동연이 1군에서 제외됐지만, 언제든 다시 올라올 수 있다는 게 김 감독 설명. 근본적으로 불펜의 질적, 양적 성장이 필요한 두산으로선 퓨처스리그 투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 및 육성해야 한다.

야수들 중에선 우투좌타 외야수 정진호가 대기 1순위다, 개막엔트리에 포함됐지만,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지 못하고 김재환에게 자리를 내주고 2군에 내려갔다. 현재 두산 외야가 워낙 탄탄해 당장 정진호가 1군에 올라올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김 감독은 "진호는 항상 (백업)1순위로 생각하는 선수"라고 했다. 정진호는 퓨처스리그서 타율 0.356 3홈런 16타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현재 퓨처스리그에선 내야수 최영진(타율 0.380 3홈런 17타점), 외야수 백진우(타율 0.438 1홈런 10타점)의 성적이 괜찮다.

▲전략의 다변화

새로운 선수들로만 플랜B를 준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전략의 다변화도 플랜B가 될 수 있다. 두산 타선을 살펴보자. 공포 그 자체다. 팀 타율 1위(0.313), 팀 홈런 1위(59개), 팀 타점 1위(284개), 팀 득점 1위(304개), 팀 OPS 1위(0.395).

김태형 감독은 본래 작전을 많이 구사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올 시즌에는 작전을 구사할 일이 더더욱 없다. 알아서 워낙 잘 치기 때문. 현재 두산 타순은 1번부터 9번까지 피해갈 곳이 없다. 출루와 연결, 장타와 적시타가 조화롭다. 굳이 김 감독이 무리하게 작전을 걸었다가 실패하면 그 데미지가 더 클 수 있다. 김 감독은 "3~7번 타순은 굳이 도루를 시키거나 사인을 낼 이유가 없다. 도루를 시키면 체력소모가 크다. 도루를 하지 않고 견제만 받아도 체력이 소모된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도루 사인을 내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그래서 올 시즌 두산은 도루가 많지 않다. 팀 도루 28개로 7위다. 시도 횟수도 45회로 8위다. 성공률도 62.2%로 6위. 그러나 두산 타선에 도루를 할 수 있는 선수는 많다. 민병헌이나 오재원, 최근 백업으로 밀린 정수빈 등은 마음만 먹으면 한 시즌 2~30개의 도루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민병헌이나 오재원은 정확한 타격과 일발장타력을 키우면서 도루 필요성이 낮아진 상태다.

그러나 타자들의 감각이 144경기 내내 활황세일 수는 없다. 타선 집단슬럼프는 시즌을 치르면 한번 쯤 반드시 찾아온다. 두산으로선 뛰는 야구는 일종의 플랜B다. 김 감독 역시 "지금도 주자와 주루코치가 상의해서 뛸 수 있다. 뛰는 걸 막지는 않는다. 나도 필요하다 싶을 때 한번씩 사인을 낸다"라고 했다. 아직 두산은 도루 본능을 실전서 선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언제든 공격적인 주루와 도루가 공격의 플랜B가 될 수 있다. 두산이 지금처럼 잘 치면서 상대에 뛸 수도 있다는 인식까지 강하게 심어준다면, 상대 입장으로선 더 큰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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