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성적 사이’ 깊어지는 kt 조범현 감독의 딜레마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그래도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않나.”

kt 위즈가 힘든 5월을 보내고 있다. 현재(27일 오전)까지 5월에 치른 20경기 성적은 6승 2무 12패. 특히 최근 10경기서 단 1승 밖에 챙기지 못하며 순위는 9위(18승 2무 25패)까지 떨어졌다.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LG와는 4경기 차.

부진의 요인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성장통’이다. kt 조범현 감독은 시즌 초 외인 3명과 함께 정대현, 주권, 엄상백, 정성곤 등 어린 선수들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렸다. 다행히 초반에는 어린 선수들의 난조에도 외인 3명의 안정감과 장시환, 김재윤 등 필승조의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중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요한 피노가 햄스트링 부분 파열로 전열에서 이탈하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외인 셋 중 유일한 KBO리그 경력자인 트래비스 밴와트마저 페이스가 떨어지자 어린 선수들로 이뤄진 선발진의 한계가 극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kt의 18승 중 토종 선발진이 따낸 승리는 정대현의 1승이 유일하다.

조 감독 또한 이 부분에 대해 “마운드의 어린 선수들이 아무래도 운영 노하우가 부족하다. 볼카운트, 상대 타자 등에 따라 세밀한 변화가 필요한데 포수의 사인대로만 공을 던진다”라며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만으로 선발을 꾸리기에는 투구수, 경기 운영 등에서 한계가 있다”라고 걱정을 드러냈다.

프로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건 숫자, 다시 말해 성적이다. 그러나 올해 1군 2년 차를 맞이한 kt는 아직까지 성적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하는 상황. 토종 선발진을 살펴보면 정성곤, 엄상백이 96년, 주권은 95년생이며 맏형인 정대현이 91년생으로 모두 어리다. 그러나 성장에 집중한다고 마냥 성적을 등한시할 수만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조 감독은 마무리였던 장시환을 선발로 돌려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유는 역시 젊은 선발진의 난조. 조 감독은 “연패는 당하지만 연승을 할 수 없는 현실이 아쉽다. 이런 상황에서 장시환을 한 번 앞으로 빼보려고 한다. 2군에서 투구수를 늘리며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장시환이 빠진 자리에는 김재윤이 들어간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쨌든 장시환이 선발로 나선다 해도 피노가 정확히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현 상황에서 정성곤, 주권, 엄상백 등이 선발 마운드에서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 더욱이 내년부턴 외인 4명을 쓸 수 있는 이점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들의 성장이 더욱 절실하다.

조 감독도 “지면 화나고 그렇다고 어린 선수들에게 시간을 안 줄 수도 없고…난감한 상황이다. 그러나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처음부터 잘하는 선수는 없다”라고 어린 선수들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성장과 성적 사이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려는 조 감독의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kt 조범현 감독(첫 번째), (왼쪽부터) 정대현-주권-정성곤-엄상백(두 번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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