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존 카니 ‘싱스트리트’, 거리에서 힐링이 시작된다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존 카니 감독의 ‘원스’의 첫 장면에서 길거리 가수 남자(글렌 한사드)가 부르는 노래는 ‘And The Healing Has Begun(그리고 힐링이 시작됐다)’이다. 존 카니 감독의 음악 3부작 ‘원스’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의 오프닝신으로 한껏 어울린다.

그의 영화는 모두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힐링하고, 힘을 얻는 이야기다. ‘원스’의 남자가 걸어간 길을 ‘비긴 어게인’의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와 댄(마크 러팔로)이 따라갔고, 1980년대 ‘싱스트리트’의 코너(페리다 월시-필로)가 이어갔다.

길은 힐링의 공간이다. ‘원스’의 남자는 무명의 설움을 길에서 달랬고, ‘비긴 어게인’의 그레타는 실연의 아픔을 치유했으며, ‘싱 스트리트’의 코너는 학교의 강압적 훈육과 부모의 이혼으로 돋아난 상처를 씻어냈다.

길은 만남의 공간이다. ‘원스’의 남자는 여자(미케타 잉글로바)를 만났고, ‘비긴 어게인’의 그레타는 프로듀서 댄을 만나 길거리에서 음반을 녹음했으며, ‘싱 스트리트’의 코너는 라피나(루시 보인턴)를 만나 첫사랑에 빠졌다.

길은 희망의 공간이다. 세 영화의 주인공 모두 절망의 끝에 떨어졌다가 음악을 통해 다시 희망의 끈을 부여잡는다. 길 위에서 쓰러지고, 깨지고, 다시 일어서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되새긴다.

‘싱스트리트’의 주제곡은 ‘Go Now(지금 가라)’이다. “우리 삶에 새로운 기회가 왔어. 당당히 맞서 뒤돌아 보지마. 네 삶을 위해 달려”라는 노랫말은 길 위에서 가능성을 찾으려는 모든 이들에게 힘찬 격려의 메시지를 보낸다. 힐링이 시작된 곳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이다.

존 카니의 영화는 거리에서 노래(‘싱스트리트’)를 부르며 한 번(‘원스’) 더 도전하게 하고, 다시 시작하는(‘비긴 어게인’) 힘을 준다.

[사진 = 싱 스트리트, 원스, 비긴 어게인 스틸컷]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