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업데이트, 김재호가 살아가는 이유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사람이 목표가 없으면 안 된다."

두산 김재호는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놓은 목록)를 꾸준히 작성 및 관리하는 대표적인 선수다. 그는 "데뷔하자마자 쓰기 시작한 건 아니다. 5~6년 전부터 썼다"라고 했다. 야구에 관한 것들이 가장 많고, 개인적인 꿈도 적어놓았다.

지난해 버킷리스트에 써놓은 많은 꿈을 현실화했다. 생애 첫 3할(0.307)을 달성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감격도 누렸다. 시즌 후 곧바로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발탁, 태극마크를 달고 우승까지 경험했다. 그리고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 2015년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2016년. 김재호는 버킷리스트 목록을 업데이트했다. 새로운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그는 26일 현재 44경기서 타율 0.317 2홈런 29타점 25득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실책도 단 2개에 불과하다. 커리어 하이를 찍었던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기세다.

▲새로운 버킷리스트

김재호는 버킷리스트 업데이트 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몇 가지 유추되는 목록은 있다. 일단 3할, 한국시리즈 우승, 골든글러브 수상은 2년 연속 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그는 "올해는 골든글러브를 받을 사람이 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라고 했다.

특별한 목표도 있다. 김재호는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다. FA 대박은 당연히 버킷리스트 목록에 있다. 내년 3월에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발탁 역시 마찬가지. 스스로도 부정하지 않았다. 현 시점에선 FA 대박과 WBC 대표팀 합류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김재호만한 안정감을 갖고 있는 유격수는 많지 않다. 가치가 높다.

버킷리스트에는 세부적인 수치까지 포함됐다. 김재호는 "실책에 대한 목표도 당연히 있다"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16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데뷔 후 가장 많았다. 그러나 데뷔 후 가장 많은 133경기를 뛰었으니 실책이 늘어난 건 당연했다. 그는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물론 지난해 16개보다 덜 하는 게 목표다. 유격수로서 자존심이 걸린 대목이다.

▲왜 버킷리스트를 업데이트할까

궁금했다. 왜 김재호는 매년 버킷리스트를 관리하고, 업데이트할까. 혹시 버킷리스트에 얽매여 더 큰 부담을 안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사람은 목표가 없으면 안 된다.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고, 더 높은 목표를 다시 세워야 한다"라고 했다.

김재호는 이미 KBO리그 최정상급 유격수다. 작년 유격수 골든글러브 수상, 대표팀 발탁이 증명한다. 그러나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한다. 지극히 프로페셔널한 마인드. 버킷리스트 작성과 실질적 노력, 성취감과 새로운 목표 설정은 김재호가 야구선수로 살아가는 방법이자 일상이다.

김태형 감독은 수 차례 "다른 포지션은 몰라도 재호가 빠지면 공백이 크다. 재호의 결정적인 수비 1~2개가 팀 승리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기대치를 뛰어넘어 매년 더 발전하려고 하니 팬들에게 사랑 받는 건 당연하다.

[김재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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