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안당해' LG 히메네스, 호세의 근성을 닮았다

[마이데일리 = 울산 윤욱재 기자] 홈런왕 후보로 올라선 LG 외국인타자 루이스 히메네스(28)는 평소 유쾌한 성격을 가진 선수로 알려져 있다. 낯선 한국 땅에서도 동료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리고 장난도 많이 친다.

하지만 타석에 서면 180도 달라진다는 것이 양상문 LG 감독의 말이다.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보인다는 것.

"히메네스가 경기에 들어가면 의외로 신중한 면을 볼 수 있다"는 양 감독은 "상대 투수와의 승부도 즉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롯데 투수코치 시절에 함께 했던, KBO 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손꼽히는 펠릭스 호세의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에 호세가 김수경의 포크볼에 3연속 삼진을 당한 적이 있었다. 이후 1~2달이 지나고 다시 만났는데 포크볼을 노려 홈런을 쳤다"는 양 감독은 "호세가 김수경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이야기했다.

양 감독이 호세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히메네스에게서도 이런 면모를 찾을 수 있기 때문. 양 감독은 "히메네스도 호세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히메네스는 지난 14일 잠실 SK전에 앞서 당시 SK 선발투수로 나오는 박종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었다.

히메네스는 "우리 팀에 있는 모든 타자들이 까다로워하는 투수다. 볼이 굉장히 까다롭다"라면서 "하지만 내가 지난 경기에서 홈런을 친 기억이 있다. 인천에서 분명히 홈런을 쳤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히메네스는 박종훈에게 홈런을 터뜨렸다.

한국에 입성할 때만 해도 옆구리투수와의 승부가 낯설기도 했지만 이내 극복하고 있다. 자신이 상대한 투수에 대한 기억이 정확한 것이 바로 한국 무대에서도 연착륙할 수 있는 비결인 셈이다.

덕아웃에서는 그 누구보다 유쾌한 선수이지만 타석에서는 진지하면서 상대에 대한 연구도 거듭하는 그이기에 40경기에서 홈런 13개를 터뜨린 것은 그리 우연이라 말할 수 없다.

[히메네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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