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의 에필로그] 노래하다 누워버린 지소울, 故 프린스를 봤다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깊은 금요일 밤 습관처럼 돌리던 텔레비전 채널을 멈췄다.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노래를 부르는 가수 지소울을 봤다. 리모콘 위에 손은 멈췄고, 지소울의 무대에 매료 됐다.

지난 20일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지소울은 미국 가수 고(故) 프린스의 '더 뷰티풀 원즈'(The Beautiful Ones)를 첫 곡으로 선택했다. 그는 이 곡에 대해 "우상 프린스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너무나 많은 뜻이 담겼을 것 같은 도입부 '베이비'(Baby)라는 가사를 지나 지소울은 '넌 그를 원하니?', '아님 넌 나를 원하니?', '나는 너를 원해!'라고 절규하며 무릎을 꿇었다. 포효에 가까운 이 구애는 뻣뻣하게 서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눈을 가리울 듯한 아름다운 존재에 대한 사랑에 대한 갈구가 펼쳐졌고, 지소울은 결국 바닥에 누워 '뷰티풀'을 외쳤다. 그리고 '오늘 밤 내 곁에 머무를 수 없겠니?'라고 토해냈다.

지소울의 이 무대에 압도 당했다. 온 감각이 화면 속 지소울의 노래, 표정, 움직임을 주목했다. 눈을 더 크게 떴고, 지긋이 감았다가, 모든 감정을 쥐어짜듯 찡그렸다. 무릎을 꿇고 애걸하다가 무대에 누워 버렸다. 감정이 켜켜이 쌓인 목소리와 R&B 기교는 생동했다.

이 무대는 고 프린스에 대한 지소울의 헌정무대라고 봐야 맞다. 생전 프린스의 무대 속 일부 퍼포먼스는 그대로 재현됐다. 프린스도 이 곡을 부를 때 무대에 누웠다. 다만, 생전 고인의 것을 본떴을지언정 이날 지소울의 무대는 결코 아류가 아니었다. 지소울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음악을 끌고 갔다.

지소울은 지난 2001년 SBS '영재육성 프로젝트 99%'에서 두각을 드러내, JYP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갔다. 지난해 국내 데뷔했으니 약 15년의 연습생 시간을 지낸 셈이다. 그 중 상당 시간은 미국에서 음악을 배우고, 활동했다. 아쉬운 건 여러 상황들이 지소울과 맞아 떨어지지 않았고, 그의 재능을 선보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인지도나 대중성의 문제는 그가 향후 잘 풀어가야 할 숙제다.

15년의 길었던 시간 동안 R&B 본고장에서 성장한 지소울은 분명히 국내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음악성의 뮤지션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보여준 무대는 그 잠재력이 집약돼 있었다. 지소울에게서 고 프린스를 느꼈다.

[가수 고 프린스(아래 오른쪽) 헌정무대를 꾸민 가수 지소울. 사진 =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송화면 캡처, 유튜브 화면 캡처]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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