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곡성’, 종구의 순진무구함과 삶의 수수께끼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의 주인공 종구(곽도원)의 한자이름은 아마도 종구(從救)일 것이다. 좇을 종, 구원할 구. 구원을 좇는다는 뜻이다. 전작 ‘황해’의 주인공 구남(하정우)도 구남(救南)의 한자를 썼을 것이다. 구원을 위해 남쪽(한국)을 찾았지만, 결과는 비극이었다.

종구는 시골마을의 경찰이다. 아내와, 딸 그리고 장모님을 모시며 그런대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겁이 많고, 순진하다. 마을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원인이 외지인(쿠니무라 준) 때문이라는 소문이 도는 가운데, 딸 효진마저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자 외지인에 대한 의심을 확신하기 시작한다.

인간은 어떤 결과에 원인을 찾으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인과관계가 성립해야 납득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일의 대부분은 원인과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지 원인을 찾으려 하지만, 무엇인지 모른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일이 다반사다. 종구도 마찬가지다.

종구의 경찰 동료 오성복은 “요렇게 소문이 파다하면 무슨 이유가 있는 거야”라고 말한다. 사건이 급작스럽게 전개되자 종구는 “뭣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냐”라고 묻는다. 그는 사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내려고 발버둥 치지만, 그럴수록 불가해한 삶의 뻘밭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외지인, 무명(천우희), 무속인 일광(황정민)의 존재가 각각 무엇인지 그는 알 수 없다. 그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인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리려는 것인지 종구는 끝내 해답을 찾지 못한다. 누구를 믿어야 하고, 누구에게 의지해야 하는가. 의심에 의심을 거듭할수록, 구원을 좇는 일은 더 멀어진다.

나홍진 감독은 토속신앙/기독교, 선/악, 현실/악몽, 이성/광기, 리얼리즘/오컬트, 믿음/불신 등을 가로지르며 혼돈의 세계로 달려간다. 그가 보여주고 싶었던 세계는 카오스가 난무하는 곳에 던져진 인간의 초상이다.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종구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는 순진했고, 세계는 냉랭했다. 우주는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간다.

‘곡성’을 보고나면, 소설가 로버트슨 데이비스의 글이 떠오른다.

“인간이란 항상 순진무구함을 대가로 내주고 삶의 불가해한 수수께끼를 알게 된다.”

로버트슨 데이비스 <다섯 번째 임무> 중에서.

[사진 제공 = 20세기폭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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