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팬, 하늘에 있는 아버지 향해 시구한 사연

[마이데일리 = 대전 최창환 기자] 한화 이글스가 kt 위즈를 상대로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 3연전 가운데 마지막 경기를 치른 지난 22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낯선 이가 시구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한화의 오랜 팬 정혜진(31) 씨다. 여군으로 경기도 양주시에서 군 복무 중인 정혜진 씨는 한화를 위해 멀리 대전까지 찾았고, 힘껏 시구에 임하기도 했다.

사연이 숨어있다. 정혜진 씨 가족은 모두 한화에 울고 웃는 골수 팬들이다. 집은 천안이지만, 한화를 응원하기 위해 대전을 비롯해 전국을 오가며 한화를 목청껏 응원하고 있다. 백화점도 한화그룹 계열인 갤러리아만 찾을 정도다. 정혜진 씨 아버지는 김태균, 류현진(LA 다저스)을 특히 좋아하셨다고 한다.

정혜진 씨 가족은 딸이 타지에서 근무 중인 만큼, 가족들이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야구장에서 뭉치기 위해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등 총 토요일 시즌권 4장을 구매했다.

하지만 정혜진 씨의 아버지 정광채 씨는 올 시즌 토요일 홈경기를 한 차례도 관전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정광채 씨는 지난달 30일 삼성 라이온즈전을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았지만, 당시 경기는 쏟아진 비 때문에 우천취소 된 터.

다음 홈경기를 기약하던 정광채 씨는 최근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졌고, 약 일주일 뒤인 지난 5일 가족들의 곁을 떠났다. 정혜진 씨의 어머니는 이와 같은 사연을 한화 측에 보냈고, 정혜진 씨는 생일에 열린 홈경기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마침 선발투수도 정혜진 씨의 생일을 등번호(22번)로 쓰고 있으며, 정혜진 씨가 가장 좋아하는 이태양이었다.

“어머니는 며칠 전 사연을 보내셨지만, 내가 전달받은 건 21일이었다. 믿겨지지 않았다”라고 운을 뗀 정혜진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매사를 즐겨라’라고 자주 말씀하셨고, 캐치볼을 함께 한 적도 있다. 아버지께 공을 던진다는 마음으로 시구에 임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도 좋아하셨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화는 더불어 이날 관중 가운데 선착순 1,000명에게 장미꽃도 선물로 증정했다. 장미꽃은 정광채 씨가 하늘을 떠나기 전 종종 어머니에게 선물했던 꽃이다.

한화 관계자는 “성적이 안 좋은데도 팀을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한 행사를 진행하고 싶었다. 마침 정혜진 씨 가족의 사연을 받았고, 팬에게 시구를 맡겨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비록 한화는 10위에 머물고 있지만, 정혜진 씨는 “이제 더 내려갈 곳도 없다. 올라갈 일만 남았고, 팬들은 한화가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성적은 안 좋지만, 선수들이 한화를 보며 희망과 기쁨을 느끼는 팬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라며 한화를 응원했다.

정혜진 씨 가족은 이날 어머니, 아들, 딸 단 3명만 경기장을 찾았지만 티켓은 4장 구매했다. 나머지 한 자리는 아버지를 위한 자리였으며, 앞으로 3명이 야구장을 오더라도 계속해서 4장의 티켓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날 한화가 진행한 시구는 유명인사가 던지는 것 이상으로 의미 있는 행사였다.

[정혜진 씨(상). 정혜진 씨 어머니(하). 사진 = 한화 이글스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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