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양상문 감독이 본 현대야구 변화와 미래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많이 바뀌었죠."

SK와 두산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야구를 주름잡았다. 당시 한국야구의 키워드는 스피드였다. 주자는 적극적인 도루와 창의적인 주루로 득점확률을 높였다. 수비수는 주자의 스피드를 차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16년. 여전히 스피드를 간과하는 팀은 없다. 그런데 2016년 한국야구는 2000년대 후반과 또 다르다. 스피드를 중시하면서도 파워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벌크업을 통해 근력을 키워 장타력을 끌어올린 타자가 하나 둘 늘어났다. 심지어 장타력을 어필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타자(박병호, 강정호)까지 나왔다. 투수들은 타자들의 파워에 당하지 않기 위해 제구력과 변화구 개발에 열을 올렸다. 수비 역시 섬세한 움직임의 변화가 감지된다.

▲수비시프트+주루

LG 양상문 감독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양 감독은 4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확실히 요즘 야구는 몇 년 전과는 또 다르다"라고 했다. 그는 두 가지 변화를 지적했다. 우선 수비시프트의 세분화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경우 극단적인 수비시프트가 돋보인다.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의 경우 시범경기부터 수비시프트의 시험대에 오를 정도였다. 메이저리그 신인에게까지 시프트를 적용하는 걸 보면 그만큼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분석이 디테일하다는 의미. 양 감독도 "국내에서 활약한 데이터를 분명 참고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이저리그의 영향을 받아 국내에서도 극단적인 수비시프트가 늘어나고 있다. 선두 두산의 경우 김재호-오재원 키스톤콤비가 잘 활용한다. 2루수 오재원이 잡아당기는 타격을 즐기는 오른손타자에 대비, 1,2간을 완전히 비우고 2루 베이스 뒤로 이동하기도 했다. 성공률은 높다. 전력분석 자료 응용과 다년간의 경험이 더해졌다는 두산 김태형 감독의 평가도 있었다.

양 감독은 수비시프트를 깨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를 보니 주자가 있을 때 시프트를 하니 공격 측에서 적극적으로 도루를 시도하더라"고 했다. 베이스를 비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 또한, 양 감독은 "국내에선 극단적 시프트에 기습번트(시프트 반대방향)로 대응할 수 있다. 앞으로 시프트를 할 때 그런 부분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분명한 건 시프트를 거는 수비수들과 대응하는 타자들의 수싸움이 거듭되면서 현대야구가 발전해나간다는 점이다.

또한, 양 감독은 "주루플레이도 전반적으로 좋아졌다. 예전에는 각 팀에 주루를 못하는 선수가 꼭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과감하게 주루를 한다"라고 평가했다. 과거의 스피드 야구에서 한 단계 진화했다는 설명. 실제 요즘 주자들은 배터리의 견제가 소홀하거나 투수의 슬라이드스텝이 느릴 경우 여지 없이 뛴다.

▲야구의 미래

LG는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올 시즌 LG 라인업은 과거와는 달리 박용택 정도를 제외하면 젊은 타자들이 주축이다. 이미 마운드는 젊은 투수들이 주축이 된지 오래다. 양상문 감독은 "결국 야구발전을 위해 2군 시스템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10년 전만해도 구단들은 2군 시스템화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10개 구단 중 과거와는 달리 2군 전용구장이 없는 팀이 거의 없다. LG와 두산은 2년 전 나란히 경기도 이천에 최신식 2군 구장을 지어놓고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FA 시장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구단들은 2군 시스템 체계화에도 앞장선다. 심지어 3군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양 감독은 "팀의 미래를 생각하면 신인급 선수들이 발전해야 한다. 2군 코칭스태프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라고 했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기본기를 완벽히 익히는 게 어려운 현실도 거론했다. 양 감독은 "신인급 선수들을 보면 수비의 기본이 잡혀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2군 수비코치들이 기본스텝과 자세를 다시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퓨처스리그는 성적을 내기 위한 리그가 아니다. 1군 전력을 살찌우기 위해 젊은 선수들의 개인적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코치들은 선수 육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선수는 퓨처스리그를 통해 다시 지도자와 피드백을 하는 게 중요하다. 1군 감독은 이 과정을 살핀 뒤 1군에 콜업할 선수들을 결정한다. 양 감독은 "2군 선수들을 평가하거나 1군에 올릴 때 2군 지도자들의 코멘트를 가장 중시한다"라고 했다.

현대야구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 LG도 변화의 흐름에 동참, 리빌딩을 진행 중이다. 양상문 감독도 변화에 대한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잠실구장(위), LG 이천챔피언스파크 준공식 장면(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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