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캡아:시빌워’, 공동체주의자 VS 자유주의자의 격돌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캡틴 아메리카:시빌워’의 원작 코믹북 ‘시빌워’는 정치적인 텍스트다. 미국에서 책이 출간된 2006년은 각종 개인정보 유출과 ‘애국법’으로 촉발된 사생활 침해 등이 숱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시빌워’는 바로 이 점을 겨냥했다. ‘시빌워’ ‘시빌워:프론트라인’ ‘시빌워:울버린’ 등 ‘시빌워’ 시리즈는 일관되게 초인등록법에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스탬포드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난 것부터 모종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코믹북의 정치성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초인등록법을 둘러싼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의 철학적 입장은 무엇일까.

아이언맨-공동체주의자

먼저, 아이언맨은 공동체주의자다. 미국 정치철학자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는 ‘서사적 자아’ 개념으로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인간은 자기가 속한 역사, 전통, 공동체의 규정을 받는 존재라는 설명이다.

그는 “나는 누군가의 자녀이자 어떤 도시의 시민이며 어떤 씨족이나 부족, 국가의 일원이다. 따라서 내게 이로운 것은 이 역할들로 맺어진 사람들에게도 이로워야 한다. 나는 내 가족, 내 도시, 내 부족, 내 국가로부터 다양한 빚과 유산, 기대와 의무를 물려받은 존재이다. 이렇게 내 삶에 주어진 것들이 내 도덕의 출발점이며 내 삶에 도덕적 특수성을 부여하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아이언맨은 소코비아 자원봉사를 갔다가 어벤져스 활동으로 목숨을 잃은 한 청년의 어머니를 만나 죄책감에 사로 잡힌다. 그는 동료들에게 이 청년의 아픈 사연을 들려주며 어벤져스 동료들에게 초인등록법의 정당성을 역설한다.

아이언맨의 입장은 공동체주의 철학과 일치한다. 나는 절대 혼자가 아니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야한다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서 국가와 유엔의 통제를 받아야한다는 생각이다.

캡틴 아메리카-자유주의자

반면, 캡틴 아메리카는 초인등록법이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맞선다. 서명을 하는 순간, 자유가 박탈된다. 그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서명을 거부하고 범법자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캡틴 아메리카는 칸트의 자유를 따른다. 칸트는 ‘헌법이나 법률, 권리가 특정한 삶의 방식을 구현하거나 단정하거나 장려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자유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교수는 “자유란 스스로 자신에게 부과하는 법에 따른 행동”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낸 의무에 의해서만 자신을 규율한다”는 것이다.

초인등록법에 반대하는 캡틴 아메리카의 입장은 정확히 칸트의 철학을 반영한다. 인간은 자유롭고 독립된 자아다. 미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탄생한 국가다. 애국주의자 캡틴 아메리카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시빌워에 나선다. 그에게 자유는 신념이다.

당신은 공동체주의자인가, 자유주의자인가. ‘시빌워’가 발생한다면, 당신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캡틴 아메리카:시빌워’는 만만치 않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사진 제공 = 마블]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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