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4-1-4-1 승부수' 시메오네가 이겼다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디에고 시메오네가 펩 과르디올라를 이겼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바이에른 뮌헨에 1-2으로 졌지만 지난 1차전 1-0 승리로 원정골 우선원칙에 의해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원정골’이 중요했다. 바이에른은 앙투안 그리즈만이 골을 넣는 순간 2골이 더 필요해졌다. 이는 홈 승률 90%를 넘는 바이에른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미션이다. 게다가 상대가 유럽 최강의 수비를 자랑하는 아틀레티코라면 더더욱 그렇다.

아틀레티코의 원정골을 만든 건 시메오네 감독의 ‘4-1-4-1’ 승부수였다. 그는 4-4-2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고집쟁이는 아니다. 그는 상대 전술에 따라 경기 도중에 전술을 수정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시메오네는 전반전에 4-4-2가 통하지 않자 4-1-4-1로 포메이션을 전환했고 결과적으로 이 변화는 귀중한 ‘원정골’을 만들어냈다.

#선발명단

시메오네 감독은 1차전과 비교해 1명을 바꿨다. 부상에서 돌아온 디에고 고딘이 호세 히메네스와 센터백을 구성했다. 나머지 포지션은 같았다. 페르난도 토레스와 그리즈만이 투톱을 이뤘고 코케와 사울 니게스가 측면에 포진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3자리에 변화를 줬다. 프랭크 리베리, 토마스 뮐러, 제롬 보아텡이 선발로 복귀했다. 또한 마드리드 원정에서 4-3-3에 가까웠던 포메이션도 뮐러가 전진하면서 4-2-3-1처럼 보였다.

#전반전

1차전과 경기 흐름은 비슷했다. 바이에른이 높은 점유율(76%)로 경기를 지배했고 아틀레티코는 역습을 시도했다. 다만, 아틀레티코의 경우 1차전보다 활동량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로테이션을 활용했음에도 시즌 막바지까지 누적된 피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역습의 시발점은 상대의 공을 가로채는 것이다. 아틀레티코는 전반에 11개의 가로채기를 기록했는데 이는 1차전과 같은 숫자다. 문제는 공을 낚아 챈 위치다. 1차전에선 가로채기의 대부분이 하프라인 근처에서 이뤄졌다. 반면 2차전은 가로채기의 절반 이상이 아틀레티코 페널티박스 지역에서 발생했다. 자연스레 상대진영까지 나가는 거리가 멀어지면서 역습의 위력이 떨어졌다.

#페널티킥 실축

그럼에도 아틀레티코의 그물망 수비는 빈틈이 없었다. 바이에른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고 결국 세트피스로 닫혀 있던 골문을 열었다. 전반 31분에는 사비 알론소의 프리킥이 히메네스의 몸에 맞고 굴절돼 골망을 흔들었다. 문제는 3분 뒤 페널티킥이었다. 바이에른은 이어진 코너킥에서 히메네스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하지만 뮐러의 슈팅은 얀 오블락 골키퍼에 막혔고 벤치에 앉아있던 과르디올라는 순간 얼굴을 감쌌다. 바이에른 입장에선 다시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다. 1차전에 왜 뮐러를 쓰지 않았냐고 과르디올라를 압박했던 현지 언론들도 이 장면을 보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이래서 축구가 어렵다.

#4-1-4-1

위기를 넘긴 시메오네 감독은 하프타임에 전략을 수정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아우구스토 페르난데즈(수비형 미드필더)를 빼고 야닉 카라스코(측면 미드필더)를 투입했다. 동시에 측면에 있던 니게스가 포백(back four:4인수비) 앞에 홀딩 자리로 이동했다. 그리고 코케와 가비가 니게스 앞에 나란히 섰다. 또 최전방에 있던 그리즈만은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옮겼다. 즉, 카라스코를 포함해 4명이 자리를 수정하면서 ‘4-4-2’가 ‘4-1-4-1’로 바뀌었다. 주목할 점은 아틀레티코의 ‘멀티능력’이다. 니게스는 ‘측면’과 ‘홀딩’이 가능했고, 코케는 ‘측면’과 ‘중앙’이, 그리즈만은 ‘전방’과 ‘측면’을 모두 뛸 수 있는 선수들이다.

시메오네가 정확히 어떤 의도에서 이러한 변화를 감행했는지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4-1-4-1 전환은 공격과 수비에 크게 2가지 이점을 가져왔다.

ⓐ아틀레티코는 전반 내내 바이에른의 크로스에 고전했다. 시메오네는 니게스를 홀딩 포지션에 배치해 고딘 혹은 히메네스가 경합 과정서 자리를 이탈했을 때 빈 자리를 메우게 했다. 중요한 건 이 다음이다. ⓑ바이에른이 공을 점유하는 상황에서 토레스, 그리즈만 투톱의 압박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알론소가 내려가면서 보아텡, 하비 마르티네즈를 상대로 ‘2vs3’의 수적 열세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에 시메오네는 오히려 숫자를 더 줄였다. 그리즈만을 측면으로 이동시켜 ‘1vs3’을 만들었다. 바이에른에겐 지나친 과잉이었다. 3명이 토레스 1명을 막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자 전반에 간헐적으로 전진했던 보아텡이 더 적극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는 그리즈만의 ‘원정골’이 나온 배경이다. 보아텡이 전진 과정에서 패스를 빼앗겼고 그 순간 측면에 있던 그리즈만이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공은 코케의 패스와 그리즈만의 헤딩, 그리고 토레스의 전진패스를 거쳐 그리즈만의 마무리로 이어졌다.

#펩 과르디올라

과르디올라를 향한 한 가지 의문은 왜 교체카드를 1장 밖에 사용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그는 더글라스 코스타를 비슷한 스타일의 킹슬리 코망으로 바꾼 뒤 끝까지 변화를 주지 않았다. 아르옌 로벤이 부상으로 제외됐지만 마리오 괴체와 티아고 알칸타라를 투입하지 않은 건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과르디올라는 아틀레티코의 수비를 뚫기 위해선 ‘높이’와 ‘크로스’가 필요하다고 믿은 것 같다. 실제로 두 번째 골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머리에서 나왔고 세 번째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경기 막판까지 교체를 하지 않고 마르티네즈를 전방으로 이동시켰다. 개인적으로 과르디올라의 방법이 틀렸다고 보진 않는다.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2골을 넣었고 뮐러가 성공했다면 3골까지도 가능했다. 다만 결과가 아쉬울 뿐이다.

과르디올라는 “뮐러의 페널티킥 실축 때문에 패한 게 아니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훌륭했다. 30개가 넘는 슈팅을 했는데도 탈락했다. 이게 축구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시메오네는 “환상적인 결과다. 전반에도 좋았지만 후반에 더 좋았다. 특히 역습을 잘하면서 원정골을 넣었다. 물론 뮐러가 페널티킥을 넣었다면 0-2로 끌려가 더 어려운 상황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토레스가 넣지 못했다(웃음). 결승에 올라 기쁘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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