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원의 프리즘] 젊은 배우들이여, 윤여정·박근형에게 배워라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선생님'이라는 말은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다. 배우 윤여정과 박근형은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꼭 맞는 배우들이다.

최근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개봉 전 높은 예매율과 개봉 이후에도 기다렸다는 듯 국내 마블 팬들의 폭발적인 환호가 이어지는 가운데,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 개봉했고 '계춘할망'은 언론 시사회를 통해 기자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먼저 언론시사회를 진행했던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에서는 한국형 새로운 히어로 홍길동을 연기한 이제훈과 악역으로 다시 돌아온 김성균의 연기 변신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하지만 이들의 뒤에는 연기 경력 50여 년의 무서운 내공을 갖춘 배우 박근형이 있었다.

박근형은 극중 두 손녀를 극진히 아끼는 손녀바보 김병덕 역으로 분했다. 하얗게 센 머리에 인자한 미소를 짓지만, 어딘가 의뭉스러운 모습으로 과거 그가 감춰뒀던 비밀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은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형 선생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내가 정말 많이 배웠다. 박근형 선생님은 평소 한 번이라도 뵙고 싶었던 분인데 촬영을 하면서 많이 존경하게 됐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정말 박근형 선생님같은 태도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조성희 감독에 따르면, 박근형은 줄로 포박이 된 상태로 쉬는 시간을 가졌고 이를 풀으려는 스태프들에게 "가만히 놔둬라. 나중에 또 다시 묶으면 앞의 촬영 장면과 묶은 모양이 달라져서 안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카메라 앵글에 나오지 않는 맨발로 걷는 신에서 실제로 차디찬 지하 아스팔트 길을 맨발로 걸었고 신발을 신으라는 감독의 말에 "신발을 신고 맨발로 걷는 연기를 하면 믿어지지 않는다. 표정에서도, 걸음걸이에서도 다 드러난다"라고 전해 촬영장 모두에게 귀감을 샀다.

그런가하면 오는 19일 개봉, 앞서 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오픈된 '계춘할망' 속 윤여정의 모습은 그야말로 '파격'이다. 그동안 갖고 있던 도회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해녀복을 입고 볕에 잔뜩 그을려 누렇게 탄 얼굴, 산발한 머리까지 그동안 윤여정의 모습과 180도 다른 비주얼이었다.

윤여정은 기자간담회에서 "난 정말 도회적인 사람인데, 제작사 쪽에서 '도회적인 이미지가 이미 소멸됐다'고 하더라. 그래서 한번 만나자는 생각으로 만났는데 말려들었다. 내 입장에서는 도전을 한 거였다"라고 말한 바, 젊은 배우들도 하기 힘든 도전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는 솔직함과 당당함으로 여자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여배우들이 메인으로 나서는 영화들이 충무로에서 보기 힘든 요즘, 윤여정은 '계춘할망'을 통해 선배로서 여배우들이 설 자리를 더 넓혔다. 인터뷰에서 만난 여러 여배우들은 "윤여정 선생님처럼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 그 나이에도 활동할 수 있는, 뭘 해도 멋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윤여정과 박근형은 지난해 '장수상회'를 통해 노신사 성칠과 금님 역으로 분해 황혼의 로맨스를 절절하게 그린 바 있다. 충무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박근형과 윤여정은, 현재 젊은 배우들에게 교과서가 되는 동시에 관객들에게도 믿고 보는 명배우로 환영받고 있다.

[윤여정 박근형.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콘텐츠 난다긴다·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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