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선 향한 캡틴 이범호의 시선·책임감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커서 풀리지 않는 것 같다."

KIA 타선은 올 시즌에도 고전 중이다. 특히 출루 후 주자를 불러들이는 해결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득점권 타율(0.278)이 팀 타율(0.271)보다 높다. 그러나 찬스에서 점수를 충분히 뽑지 못하는 느낌이 있다. 상대의 심리적 추격 마지노선을 끊지 못하고 추격의 빌미를 주는 경우가 많다.

부작용도 발생했다. 왼손 에이스 양현종은 6경기서 퀄리티스타트 5차례에 평균자책점 3.54로 수준급 피칭을 했다. 그러나 그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대신 3패만 기록 중이다. 양현종이 선발 등판할 때 KIA 타선은 더욱 움츠러들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부 젊은 타자들은 찬스에서 더욱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다. 스트라이크가 들어와도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리지 못한다. 캡틴 이범호는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 그리고 팬들에게 죄송스럽기만 하다.

▲나는 괜찮다

이범호는 올 시즌 23경기서 타율 0.302 5홈런 15타점으로 괜찮은 성적이다. 득점권타율이 0.240으로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래도 OPS 0.906을 앞세워 실질적으로 KIA 타선을 이끈다. 이범호 없는 KIA 중심타선은 상상할 수 없다.

그는 지난달 29일 광주 두산전서 홈런 1개를 도둑 맞았다. 3-1로 앞선 5회말 2사 2루서 마이클 보우덴을 상대로 좌중월 1타점 2루타를 쳤다. 하지만, 확인결과 담장 위 노란 그물망 뒤에 작은 검정 그물망을 맞고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검정 그물망은 노란 그물망보다 작다. 펜스가 아니라 관중의 안전 보호장치다. 때문에 사실은 홈런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증언.

이범호는 "올 시즌 유독 워닝트랙에서 잡히는 타구가 많다. 빗맞고 먹혔다"라면서도 "괜찮다. 팀이 이길 수 있다면 상관없다"라고 했다. 오히려 "시즌 초반 타격감만 보면 그 어느 시즌보다도 좋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1일 경기서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좌월 솔로포를 터트려 당시의 아쉬움을 씻었다.

▲간이 커야 한다? 따로 얘기 안 했다

KIA는 지난달 28일 대전 한화전서 연장접전 끝에 졌다. 김기태 감독은 동점이던 11회초 선두타자 윤완주가 스트라이크 3개 연속 쳐다보기만 하고 돌아선 것을 크게 아쉬워했다. 곧바로 주장 이범호를 불러 "타자는 간이 커야 한다"라고 설명하는 모습이 방송 중계카메라에 잡혔다.

이범호는 "감독님이 한 말씀이다. 내가 따로 젊은 타자들에게 전하지는 않았다. 그 선수들도 듣는 얘기가 있을텐데 나까지 한 마디를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라고 했다. 물론 이범호가 이 부분을 외면하는 건 아니다. 그는 "감독님 말씀은 타석에서 소심하게 스트라이크를 놓치지 말라는 뜻이다. 선수들이 타석에서 마음 편하게 임했으면 좋겠다. 편하게 하라는 말로 격려해준다"라고 털어놨다.

이범호는 KIA의 미래를 위해 젊은 타자들의 성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노수광은 참 좋은 자질을 갖고 있다. 그런 타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다른 선수들도 긴장하고, 팀이 강해진다"라고 했다. 실제 KIA에 좋은 자질을 갖고 있는 타자들은 있다. 중요한 건 그들이 어느 수준까지 성장하느냐다.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이범호도 양현종이 등판할 때 타선 지원이 부족한 것을 잘 알고 있다. "현종이나 석민이, 지크, 헥터 같은 좋은 선발투수들이 등판하면 '꼭 점수를 뽑아야 한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라는 부담감이 큰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경험이 부족한 젊은 타자들의 경우 중압감을 가질 수 있다.

이범호는 "그런 부담감이 오히려 더 경기를 풀리지 않게 하는 원인이 되는 것 같다. 타격도 타격이지만, 좋은 선발투수들이 나올 때 수비부터 안정적으로 하겠다. 1점이라도 덜 주고 타석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KIA는 최근 투수진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하위권에 처진 KIA로선 악재다. 이범호는 "그렇지 않아도 선수층이 두꺼운 편이 아니다. 선수 1명이 더 필요한 상황인데 투수들이 빠져나가서 마음이 좋지 않다"라고 했다. 그래도 그는 "홍건희, 임기준 같은 젊은 투수들이 잘 해주고 있다. 타자들도 조금 더 힘을 내겠다"라고 말했다.

[이범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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