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기억' 여회현 "이성민과 감정신, 온몸이 저릿저릿해요"

[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이성민 선배와 함께 하는 감정신, 진짜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기억’(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 박태석 역의 이성민과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무서운 신예가 있다. 박태석의 아들 동우를 죽인 진범 이승호를 연기하고 있는 여회현은 날선 연기와 감정선으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 14회에서 연기력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

“짱짱한 선배님들 사이에서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감격이고 영광이에요. 아직 연기 경력이 길진 않지만 인생 캐릭터, 인생 작품을 만난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 캐스팅이 확정됐을 땐 단순히 기쁘고 좋은 기분이었는데, 이성민 선배와 연기하면서 완전히 제 마음가짐이 바뀌었어요. 너무 멋진 분이시거든요. 대본 리딩 당시에도 옆자리에 앉았었는데 꿈만 같았어요. 최근에도 같이 감정신을 소화하면서 어찌나 뿌듯하던지, 말로 못해요.”

이승호는 박태석의 아들 동우를 죽였으면서도 사실을 고백하지 못하고 아버지 뒤에 숨은 비겁한 인물이기도 하지만, 자백할 기회를 놓치고 하루하루를 괴로워하며 사는 안타까운 피해자이기도 하다. 박태석 앞에서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자괴감에 힘들어하고 눈물을 쏟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감탄케 한 바 있다. 남은 2회 동안에도 이승호의 ‘폭풍 감정’을 느낄 수 있을 예정이다.

“이성민 선배는 정말 그 어려운 캐릭터를 쉽게 연기하시는 분이에요. 놀라울 따름이죠. 대기 시간에 웃고 떠들다가도 슛만 들어가면 눈빛 자체가 바뀌시니까요. 집중하는데 단 5초도 안걸려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온 몸이 저릿저릿해요. 마치 선배가 저에게 에너지를 전달하는 기분이랄까요. 온 몸의 털이 쭈뼛하고 서는 느낌이 들었어요. 다른 배우들은 제가 이성민 선배와 그런 감정 연기를 마주보고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굉장히 부러워하시기도 해요.”

이성민과 연기한 덕인지, 여회현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극중에서도 존재감을 더하며 긴장감을 주는 주요 인물로 우뚝섰다.

“처음엔 걱정이 너무 많았어요. ‘대단한 선배님들 사이에서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면 어쩌나’, ‘민폐가 되는건 아닐까’란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리고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방송으로 보고 더 좌절했구요. ‘내가 왜 저렇게 했지?’라며 자책했어요. 어찌나 거슬리던지..다행히 지금은 다들 잘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고 거기서 힘을 얻어요. 이번에 정말 많이 성장했어요. 최근엔 승호에 빙의된 기분도 느꼈어요. 마포대교에서 강물을 바라보는 연기였는데, 슛이 들어가기 전부터 울컥하고 눈물이 나려고 하더라구요. 득도했나봐요. 이번에 연기 뿐만이 아니라 마인드 자체가 바뀌었어요.”

동국대 연극학과 휴학 중인 여회현은 재학 시절 여러 연극 작품에서 주연을 꿰차고 연기 면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회현은 자신의 과거 활동에 대해 “부끄럽다”고 평했다. 지금과 같은 자세나 태도가 아니었다는 이유에서다.

“예전에는 연기 자체를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겉으로는 연기에 열정을 쏟고 있다고 했지만 그건 다 자기 합리화였어요. 그땐 ‘이 정도면 내가 고민을 많이 해서 연기한 것 아닌가?’ 싶었지만 참 부끄러운 모습이었죠. 다행히 ‘기억’을 통해 그런 태도를 완전히 깨버렸어요. 이승호 캐릭터에 목숨을 걸었으니까요.”

여회현은 자신이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 계기는 바로 박찬홍 감독이라고 강조했다. 초반에 많이 혼났던 터라 힘들었지만, ‘진짜 배우’가 될 수 있도록 큰 도움과 조언을 해줬다는 것.

얼마전 감독님께서 ‘너 나 때문에 짜증났지? 혼나느라 힘들었지?’라고 하시더라고요. 요즘엔 칭찬을 정말 많이 해주시니 감사하지만 실제로 촬영 초반부에는 많이 혼났거든요. 그런데 뒤늦게 ‘초반엔 일부러 혼낸 적도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저처럼 아직 어린 배우분들 중에 유명해졌다는 이유만으로 연기를 안일하게 하는 일이 생기니 ‘바닥을 봐야 위를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저를 호되게 트레이닝 시키신 거예요. 감독님은 제 머리 꼭대기 위해서 처음부터 저를 지긋이 눌러주셨던거죠. 다행히 이젠 농담으로 ‘너 내 작품에서 실력 키워서 다른데 가서 잘되려고 하는거냐’고 장난을 치시기도 해요. 박찬홍 감독님은 정말 포스와 매력이 대단하신 분이에요. 외유내강이라고 하죠. 진짜 존경해요. 다음에 또 감독님이랑 같이 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소원이에요, 소원,”

앞으로 여회현은 다양한 작품으로 활약한다. 오는 13일 방송되는 JTBC ‘마녀보감’에 출연하며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덕혜옹주’에서도 얼굴을 비출 예정이다.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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