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한기주가 내려놓은 세 가지, 스피드·승수·보직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풀타임을 소화하고 싶다."

KIA 한기주는 2013년과 2014년 단 1경기에도 등판하지 못했다. 팔꿈치, 어깨, 손가락 등에 수술과 재활을 반복했다. 2015년 후반기에 극적으로 복귀했다. 조심스러웠다. 한기주의 진정한 복귀 원년은 2016시즌이다.

스프링캠프 막판 가래톳 통증에 시달렸다. 그러나 시범경기 개막에 맞춰 돌아왔다. 김기태 감독은 한기주를 시범경기부터 선발과 구원으로 고루 활용, 쓰임새를 테스트했다. 개막 후 1군 진입에도 성공했다. 중간계투로 나섰다. 달라진 내구성을 입증하기 시작했다.

5선발 임준혁이 종아리에 부상했다. 김 감독은 한기주를 호출했다. 한기주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3일 부산 롯데전서 5이닝 7피안타 3탈삼진 4볼넷 4실점, 29일 광주 두산전서 5⅔이닝 5피안타 5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연이어 선발승을 따냈다. 김기태 감독은 "당분간 기주를 5선발로 활용할 것이다"라고 했다. 현재 그는 세 가지를 내려놓은 상태다.

▲스피드

한기주는 입단 초기 강속구투수였다.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볼이 주무기였다. 마무리는 물론, 선발투수로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빠른 공으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그 정도로 스테미너가 대단했다. KIA가 2006년 입단 계약금을 10억원이나 안긴 이유였다.

그러나 수 차례 수술과 재활을 하면서 구속이 떨어졌다. 인상적인 건 한기주가 스피드 저하를 받아들이고, 변화를 택했다는 점이다. 한기주는 지난 선발등판 2경기 직구 최고스피드는 140km초반에 그쳤다. 대신 슬라이더, 포크볼, 체인지업, 커브를 고루 섞어 변화구로 범타를 유도하는 피칭을 했다. 자연스럽게 투구패턴도 다양해졌다. 한기주는 "스피드는 신경 쓰지 않는다. 변화구 위주로 피칭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아직까지는 완벽하지 않다. 한기주는 "투구수를 더 줄여야 한다"라고 했다. 29일 경기서 5⅔이닝을 던지면서 96개의 공을 던졌다. 제구가 오락가락하면서 투구수가 늘어난 측면이 있었다. 변화구 역시 슬라이더 비중이 높은 편. 슬라이더를 공략 당하면 흔들릴 수 있다. 이닝을 거듭하면서 구위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경기운영요령과 투구에 대한 감각을 갖고 있는 투수다. 변화구, 제구력 투수로의 변신은 충분히 희망적이다.

▲승수

한기주는 "올해는 승수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풀타임을 소화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의 마지막 풀타임 소화는 2009년이었다. 승수보다는 건강한 몸으로 2016시즌을 소화하면서 내구성을 입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김기태 감독도 "기주에게 바라는 건 다치지 않는 것이다. 부상 재발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데뷔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한기주는 고작 만 29세다. 여전히 공을 던질 날이 많이 남아있다. 한기주는 "선발로 등판하고 있으니 5회 이전에 내려가지만 말자는 생각이다. 투구수를 줄여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라고 했다.

▲보직

한기주는 보직 욕심도 없다. 선발 역할이 주어졌으니 선발투수로 최선을 다해 시즌을 치르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어느 보직이든 경기에 나설 수만 있으면 된다"라고 했다. 주위의 지원군도 든든하다. 한기주는 "(김)광수 형, (최)영필 선배가 잘해준다. 몇 회까지 갈 수 있다고 격려해준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5선발 한기주를 두고 "좀 더 지켜보자. 일단 선발로 계속 나간다"라고 했다. 기존 5선발 임준혁이 부상에서 회복될 때 김 감독의 대처가 관심사다. 한기주가 5선발로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임준혁이 돌아오더라도 굳이 1군 전력에서 배제할 필요는 없다. 몸이 건강하다면, 한기주를 2016시즌 내내 KIA 마운드에서 볼 수 있다.

[한기주.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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