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준의 망중한] 음주사고보다 무서운 이창명의 거짓말

[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지난 20일 오후 11시 18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여의도 성모병원 삼거리 교차로에서 개그맨 이창명이 신호등을 들이 받는 사고를 냈다. 문제는 그 다음. 이창명은 사고가 난 고급 외제차를 그대로 두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창명은 매니저에게 연락해 사고 수습을 부탁했다. 이후 연락이 두절됐던 이창명은 20시간이 지난 후에야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중은 그런 그의 행동을 두고 음주운전을 의심했다. 그러나 이창명은 음주운전 혐의를 부인했다. 원래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와 함께 일했던 전 매니저도 인터뷰를 통해 그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이창명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판단했다. 음주운전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들이 속속 공개됐고, 그때마다 이창명이 밝힌 해명들은 하나 둘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창명은 식사자리에서 술을 마신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사고 당일 지인 5명과 식당에서 술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했다. 실제로 종업원이 이들에게 술을 가져다주는 모습이 식당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 후 이창명이 휴대전화로 직접 대리기사를 요청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러한 정황들로 미뤄볼 때 경찰은 당시 그가 술을 마셨다고 판단했다. 또 이창명은 사고 직후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고도 사고 차량을 모른다고 발뺌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명은 경찰서에 출석해 "빗길에 미끄러져 에어백이 터질 정도로 세게 부딪쳤다. 가슴이 너무 아파 매니저에게 맡기고 인근 병원에 가서 CT를 찍었다"고 사고 현장을 떠난 이유를 밝혔다. 또 "사업 때문에 대전에 내려갔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없어서 이런 일이 있는 줄 몰랐다.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술을 못 마신다"고 해명했다. 그럴 듯해 보였지만, 경찰이 사고 당일 이창명의 행적을 하나 둘 밝혀내면서 그의 거짓말도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창명이 사고 직후 직접 수습까지 마쳤다면, 아마도 그는 음주운전에 따른 비난만 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추측컨대, 그는 그 비난을 감수할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연예인에게 음주운전은 사약이나 다름 없다. 그간 수많은 연예인이 음주운전으로 방송계를 떠났다. 아무리 경미한 사안이라도, 대중의 기대는 결코 경미하지 않기에 그에 따른 도의적 책임을 지고 출연 중이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후 공백이 길어질 경우, 자칫 영영 컴백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우려한 이창명은 사고 후 현장에서 도망쳤고, 경찰의 전화도 피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음주 측정을 피하기 위해 20시간이 지나서 나타났고, 경찰이 자신의 음주 사실을 입증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한 이창명은 취재진에게 "술을 마신 적이 없다"고 해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전한 여러 정황들은 그의 음주 사실을 입증하고 있고, 한 순간에 이창명은 음주운전을 한 연예인이 아니라 거짓말을 한 연예인이 되고 말았다.

대중은 음주운전을 한 연예인보다 거짓말을 한 연예인에게 더욱 냉정하다. 연예인이라면,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을 가졌다면, 거짓말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어야 마땅하다. 설령, 음주운전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 해도 그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은 두고 두고 회자되며 그의 앞날을 방해할 지도 모른다.

대중은 실수는 용서해도 거짓은 용납하지 않는다.

[개그맨 이창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장영준 digout@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