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이 본 진지한 양의지와 밝은 이재원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둘 다 성격이 참 좋죠."

두산 양의지는 KBO리그 최고 포수다. 한 방과 정교함을 고루 갖춘 타격, 블로킹, 볼배합, 수비력, 주자견제까지 포수로서의 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최상위 클래스다. 아직 만 서른이 되지 않았지만, 주전으로 7시즌째 뛰고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와 프리미어12 우승을 통해 풍부한 경험까지 쌓았다.

SK 이재원도 좋은 포수다. 일단 리그 정상급 타격실력을 보유했다. 한 방과 정교함을 동시에 갖고 있다. 특히 왼손투수 킬러다. 그러나 박경완, 정상호, 조인성 등 과거 SK에는 좋은 포수가 많았다. 이재원은 포수보다는 지명타자로 훨씬 많이 뛰었다. 그들이 모두 떠나면서 올 시즌 주전포수로 도약했다. 포수로서의 풍부한 잠재력은 있지만, 정작 포수 경험을 많이 쌓지는 못했다. 그래도 아직 만 28세다. 시간은 이재원의 편이다.

▲진지한 양의지와 밝은 이재원

두산 김태형 감독은 2001년 현역에서 물러났다. 이후 두산과 SK(2012년~2014년)에서 배터리코치를 역임했다. 공교롭게도 2016시즌 초반 1위 두산과 2위 SK를 이끄는 주전포수 양의지와 이재원을 코치로서 직접 가르쳐본 경험이 있다.

당연히 두 포수의 세밀한 특성을 잘 안다. 김 감독에 따르면, 비슷한 점도 차이점도 분명히 있다. 일단 성격은 정반대다. 김 감독은 "재원이는 착하다. 밝고 긍정적이다. 평소에 투수들과 농담도 많이 나눈다. 활발한 성격"이라고 했다. 반면 양의지에 대해서는 "포커페이스다. 매사에 진지하다. 조용하다. 말 수가 많지 않다. 배포도 좋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양의지와 이재원 모두 포수로서 좋은 성격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포수는 투수, 내야수 등 다른 선수들과 호흡을 많이 맞춘다. 포수의 성격이 팀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의외로 크다. 그런 점에서 두산과 SK는 복을 받았다.

▲타격의 비밀

김 감독은 이재원에 대해 자세하게 평가하지 않았다. 다른 팀 선수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포수로서의 종합적인 능력과 경험에서 양의지가 앞선 건 분명하다. 그러나 야구관계자들은 포수 이재원의 성장 잠재력도 엄청나다고 평가한다.

다만, 김 감독은 "둘 다 전혀 근육이 없다"라고 웃었다. 일명 '물살'이라는 의미. 실제 두 사람을 가까이서 보면 온 몸이 통통하다. 실제 야구선수로서의 근육이 전혀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지만, 실제로 근육보다는 지방이 넉넉한 건 사실인 듯하다.

그런데 그 통통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 방 능력이 대단하다. 타격만 봐도 양의지와 이재원은 리그 정상급 오른손타자다. 김 감독은 "근육이 별로 없어도 순간적으로 힘을 쓰는 노하우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두뇌회전이 빠른 양의지

김 감독은 양의지를 극찬했다. 김 감독은 "가장 큰 장점은 두뇌회전이다. 머리가 정말 잘 돌아간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투수의 좋은 공과 그렇지 않은 공을 빨리 캐치한다. 그에 따라 빨리 볼배합 방향을 바꾼다"라고 했다. 주무기라고 해도 당일 컨디션에 따라 구위와 제구가 좋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볼배합 틀을 변경, 투수를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는 의미다. 기록으로 나타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완성형 포수 양의지에게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다. 단 하나, 건강하게 선수생활을 하길 바란다. 건강한 몸으로 경기에 출전해야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 김 감독은 "작년 플레이오프 때 부러진 엄지발가락 뼈는 다 붙었다. 그것보다는 무릎 등에 피로가 있는 편이다. 스스로 몸 관리를 잘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두산은 박세혁이라는 괜찮은 백업포수가 있다. 양의지에게 적절히 휴식을 줄 수 있다.

[김태형 감독과 양의지(위), 이재원(가운데), 양의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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