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완 상대 안타' 이대호, 자신의 힘으로 입지 넓혔다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흔치 않은 기회. 이를 살렸다.

'빅보이'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는 2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 8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 4타수 2안타 2득점을 기록했다.

어렵사리 25인 로스터 관문을 뚫었지만 여전히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아담 린드와 철저한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 받고 있기 때문. 상대적으로 좌완투수보다 우완투수가 많기에 선발로 나서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선발로 나오더라도 경기 도중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대호는 24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3일만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상대 선발은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댈러스 카이클. 20승 8패 평균자책점 2.48을 남겼다. 올시즌에는 이날 전까지 4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3.71.

이날 출발은 인상적이지 않았다. 3회말 무사 2루에서 2루수 땅볼을 기록했다. 진루타에 만족해야 했다.

첫 안타는 두 번째 타석에서 나왔다. 5회말 1사 1루에서 3-유간 깊은 타구를 날렸고 내야안타가 됐다. 17일 뉴욕 양키스전 이후 열흘 만의 안타.

이 안타도 의미 있었지만 두 번째 안타가 이대호에게는 더욱 뜻 깊었다. 이대호는 7회말 선두타자로 세 번째 타석에 나섰다. 상대 투수가 우완 마이클 펠리스로 바뀌어 있는 상황.

접전이었다면 대타로 교체될 수도 있었지만 5-0으로 앞서고 있었기에 그대로 나왔다. 이전까지 우완투수를 상대로는 2타수 무안타를 남겼다.

'우완을 상대로도 얼마든지 때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이대호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볼카운트 2-2에서 94마일(약 151km)짜리 패스트볼을 때려 중전안타를 기록했다.

물론 시애틀로서는 더욱 비싼 돈을 주고 영입한 린드(연봉 800만 달러·약 92억원)를 많이 활용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렇게 이대호가 우완을 상대로도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경기 도중 무분별하게 대타로 교체되는 비율은 줄어들 수 있을 듯 하다. 자신의 힘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이대호다.

[이대호.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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