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청도군] 남녘 산기슭의 봄 향기, 청도 한재미나리

미나리는 봄을 알리는 채소다.

청도와 밀양을 잇는 25번 국도에서 902번 지방도로 들어서면 한재다. 남산과 화악산을 잇는 능선에서 남동쪽으로 향하고 있는 계곡이다. 능선은 고개인데, 청도읍과 풍각, 각남면을 가르는 '큰 고개'이니 한재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계곡의 물은 밀양강으로 합쳐져 낙동강에 이른다. 계곡이지만 양옆의 산이 둥그스름하여 산그림자를 덮지 않으며, 남동으로 향하여 볕이 나는 시간이 길다. 남쪽으로 향하고 잇는 계곡 지역의 농산물은 대체로 맛있다. 물이 풍부하고 일조량이 많으며 일교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잇는 한재에서는 미나리를 키운다. 2월 말부터 5월까지가 제철이다.

한재에 미나리가 본격적으로 재배된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이다. 원래는 복숭아, 자두, 감 등 과수가 주작목이었다. 한두 농가에서 미나리로 돈을 벌자 마을 전체로 번져 이제는 한재 전체가 미나리밭이다. 한재의 미나리는 대부분 무가온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해 노지의 미나리보다 2~3개월 빨리 거둔다. 사람 키를 살짝 넘는 정도의 낮은 비닐하우스에 비닐은 홑겹이다. 이 정도의 시설만으로 겨울에 미나리가 줄기를 실하게 올릴 수 있는 것은 충분한 햇볕과 지하수 덕이다. 볕이 잘 드는 지역이기는 하지만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대부분의 비닐하우스들을 동서 방향으로 지어 그 옆면을 통해 남쪽으로 드는 햇볕을 충분히 받을 수 잇게 했다. 한재에는 지하수가 풍부한데 한겨울에도 섭씨 18도 정도의 수온을 유지한다. 밤에는 이 따뜻한 지하수를 미나리밭에 대고 낮에는 물을 뺀다. 겨우내 이런 노고가 따라야 실하고 부드러운 미나리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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