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 '육룡이' 진선규 "김명민과 마지막, 서로 울컥했죠"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연기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 배우와 감정을 공유하고 진짜 극 안으로 스며들었을 때 극중 인물이 될 수 있고, 최상의 연기가 나온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속 정도전(김명민)과 남은(진선규)은 혼자 연기하지 않았다. 함께 호흡했기에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 연기 잘 하는 두 배우가 서로의 감정을 오직 눈빛으로 읽으니 더 애틋한 관계가 형성됐다.

진선규는 ‘육룡이 나르샤’에서 정도전과 최후를 함께하는 혁명동지 남은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정도전을 잇는 ‘꼴통’이라 불리며 정도전과 뜻을 함께 한 남은은 최후의 순간까지도 정도전 곁에서 뜻을 함께 했다.

특히 남은은 정도전과의 마지막을 감지한 뒤 정도전에게 “사형을 따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눈물 맺힌 눈빛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는 정도전과 남은의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진선규 역시 김명민과의 마지막 작별 장면이 가슴 깊게 남았다. 그는 “감정이란 게 사실 내가 혼자 막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고 운을 뗐다.

“(김)명민 형과 마지막에 맞춰 보다가 남은의 대사 그대로 ‘형과 함께 해서 정말 영광이었다’고 말했어요. 정말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명민 형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걸 배웠거든요. 마지막 신을 찍을 때 명민 형은 ‘아이, 뭐 잘 되겠지’라면서 간단하게 연습을 했어요. 그러다 툭 들어갔는데 서로 울컥하더라고요.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데 우리 두 사람의 4개월이 아니라 진짜 정도전과 남은이 조선을 만들기 위해 했던 노력들이 생각났어요. 개혁하고 싸우고 했던 것들이 아련하기도 하고 서로 미래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 죽기 전이라고 생각하니 돌이켜 보게 되는 순간이더라고요. 배우로서 정말 좋은 순간이었죠.”

진선규는 김명민 눈을 바라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굳이 울지 않아도 그 감정이 눈빛에서 느껴졌다. ‘벌써 울고 있구나’라고 느껴졌다. 촬영 기간 동안 친해진 형을 넘어 드라마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을 도와준 배우 김명민의 눈빛도 읽었다.

“(김)명민 형은 되게 성실하시고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밝힌 진선규는 “그렇게 많은 분량을 토씨하나 안 틀리고 잘 외우고, 외우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든 연기의 흐름을 파악해 놓는 걸 보고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남은 뿐만 아니라 명민 형의 상대역으로 대본 연습을 많이 맞췄어요. 그러면서 많이 배웠죠. 진짜 잘 챙겨주셨어요. 도움을 주고받고 하기보다 편하게 다가와 주시는 것 자체가 연기할 때 편하게 만들어주는 도움이었죠.”

진선규는 김명민 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 배우들과도 연기적으로 교감했다. 빠르게 돌아가는 드라마에서 이렇듯 깊은 교감을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다 감독님 덕분”이라며 동료들을 떠올렸다.

“이신적 역 이지훈과의 연기도 너무 좋았어요. ‘육룡이 나르샤’에서 연극배우가 아닌데 굉장히 친해진 배우가 윤균상, 이지훈이에요. 너무 착한 후배들이고 잘 따라줬어요. 지훈이와 마지막 신을 찍을 때도 명민 형이랑 할 때와 똑같았어요.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이 그냥 하면 나올 것 같았죠. 굳이 연습을 많이 할 필요도 없었고 서로 맞추기만 하다가 들어갔어요. 근데 지훈이가 너무 우니까 저도 진짜 슬프더라고요. 진짜 그 순간에 들어갔죠.”

진선규가 이토록 동료 배우들에게 고마워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아직 브라운관이 익숙하지 않은, 무대가 뿌리인 배우이기 때문. 최근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혔지만 무대가 익숙했기 때문에 ‘육룡이 나르샤’의 긴 호흡이 걱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동료 배우들의 도움 덕에 이제는 관객 아닌 카메라 앞에서도 당당히 연기를 펼칠 수 있게 됐다.

“이제 카메라 앞에서 떨진 않아요. 그렇다고 익숙한건 아닌데 카메라가 신경 쓰이진 않죠. 관객들 앞에서 연기하는 것과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건 진짜 달라요. 어색할 때도 많았고 떨렸어요. 하지만 이제 원래 해야 되는 것들에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내 패턴을 찾아가기 시작한 것 같아요.”

진선규는 연극을 함께 했던 동료들과 꾸준히 스터디를 하고 있다. 극단 간다 멤버 민준호 연출, 배우 이희준, 이석 등과 함께 연기와 자신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준비를 탄탄하게 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도 스터디 덕분. 카메라에 익숙해질수록 스터디를 통해 얻었던 것들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느꼈다.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공연을 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공연할 때도 항상 무언가 하나씩 나아지게 하고 깨닫게 하는 친구들인데 스터디를 통해서도 그렇게 되니 요즘엔 스터디 시간이 제일 소중해요. 초심을 안 잊어버리려고 영역을 넓혀갈 생각이에요. 무대에서 보여졌던 것들을 카메라 앞에서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직은 TV나 영화에서 ‘쟤가 배우야?’ 할 정도로 신인의 얼굴이지만 조금씩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배우로서 탄탄해지는 느낌으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진선규.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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