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프로듀스101' 김소혜가 여주인공 된 진짜 이유

실력파 아닌 성장기 찾은 '프로듀스101'

'김소혜의 성장기만 있는 건 아닐텐데…'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엠넷 '프로듀스101'은 애당초 실력 있는 가수를 뽑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투표를 이승철이나 양현석 같은 전문가가 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프로듀스101'에서 전문가들은 연습생들을 돕는 역할에 그친다. 데뷔할 최종 11인을 결정하는 건 오로지 시청자들이다.

엠넷은 이들을 '국민 프로듀서'라고 부른다. 말이 프로듀서지 쉽게 말해 '팬덤'이다. 누가 더 많은 팬덤을 획득하느냐가 관건인 프로그램이다.

팬덤은 노래나 춤 실력이 뛰어나면 자연스레 형성되지만, 단순히 예쁜 외모 덕분에 팬들을 많이 모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보다 강력한 게 바로 연습생의 성장기로 형성된 팬덤이다. 실력 낮은 연습생이 노력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은 함께 응원하면서 끈끈한 연대감이 생긴다. '표 하나'의 힘이 이 연습생에게는 얼마나 소중할지 절박감까지 들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가 바로 김소혜다.

첫 평가에서 김소혜를 비롯해 연습생들의 어설픈 노래, 춤 실력을 고스란히 보여준 건 향후 이들이 성장한 모습에서 극적 감동을 주기 위한 제작진의 장치였다.

김소혜는 제작진이 노린 성장기를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는 연습생이다. 무대에서 가사 실수를 하거나 춤이 썩 능숙하지 않더라도, 첫 회 때 허둥지둥 노래하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김소혜가 그래도 점차 성장한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실력 논란은 팬덤을 자극해 응집력을 높이는 효과일 뿐이다.

다만 성장기를 바랐더라도 제작진은 비판 받아야 한다.

연습생들의 성장기를 담고자 했다면 김소혜뿐 아니라 다른 연습생들도 누가 얼마나 성장하는지 골고루 보여줬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성장기로 분류할 수 있는 연습생은 김소혜뿐이다. 실력이 부족했던 연습생들이 뒤에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었는지, 많은 연습생들은 카메라에서 외면 당했다.

실제로 김소혜만 성장했던 것뿐인지 혹은 제작진이 김소혜를 편애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연습생들의 노력을 모두 담아낼 역량도 되지 않는데 연습생 101명을 대거 모아놓은 건 제작진의 욕심 또는 이슈몰이를 노린 얕은 수 밖에 안 된다.

특히 소위 '악마의 편집' 같은 자극적 편집이나 불필요한 몰래카메라 실험 등으로 다른 연습생들의 성장기를 비출 기회를 스스로 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사진 = 엠넷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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