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TV]'육룡이' 후퇴 없는 마지막 10분, 과연 김명민이다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삼봉 정도전(김명민)은 물러서지 않았다. 제자였던 이방원(유아인) 앞에서 자신의 마지막을 담담하게 마주했다. 마지막 순간 절친했던 포은 정몽주에게 한 마디를 남길 뿐이었다.

14일 밤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에서 이방원은 '왕자의 난'을 일으켰다. 누구보다 새 나라, 새 정치에 목말랐던 이방원은 어느덧 정치적 우위를 점령하려는 권력 욕심이 휩싸여 있었다.

사제 지간이었던 정도전과 이방원이었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이방원은 왕이 되어 새 정치를 하고 싶었고, 앞에는 정도전이 그를 가로 막고 서 있었다. 이방원은 정도전 일당을 모두 척결하기에 나섰다. 마지막으로 이방원은 정도전이 숨은 성균관을 포위하고 그를 몰아 세웠다.

이방원이 진을 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정도전은 마지막을 준비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서찰을 남겼고, 동지였던 남은(진선규)와 순수했던 과거를 돌아보기도 했다. 그의 불꽃 같던 삶은 헛되지 않았다. 정도전과 뜻을 함께 했던 사람들을 비롯해 그가 거두던 수하들은 그를 모두 존경했고 사랑했다.

정도전은 이방원에게 '조용히 좀 해라. 곧 나간다'라는 서찰을 보낸 뒤, 제 발로 문을 나섰다. 그를 본 이방원은 '도망을 안 가셨어'라고 생각하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런 이방원에게 정도전은 "좀 걷겠느냐"며 산책을 제안했다. 정도전은 "어째서 도망가지 않은 것입니까"라고 묻는 방원에게 "그럴 필요가 별로 없으니"라며 웃었다.

"너나 내가 만들려는 나라 사실 같은 것이니 내가 한들 네가 한들 무슨 상관이냐. 다만 이제 내 길이 어긋났으니 물러나는 것뿐이야. 네 놈이 나의 사상과 구상을 가장 잘 알고 있으니 잘해내겠지." 정도전이 말했다. "요동정벌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방원에게 정도전은 "그 또한 살아 남은 자가 결정할 일이다. 생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여 시대를 이끌어 가야 하는 것이다. 망자가 시대를 이끌어서야 되겠느냐"라고 마지막 말을 건넨 뒤 "고단하구나 방원아"라고 스스로 마지막을 고했다.

이방원은 칼을 뽑아 들었고, 칼은 정도전의 심장을 관통했다. 정도전은 '가혹하게 살거나 가혹하게 죽거나 나 또한 그대로 되었소 포은'이라며 끝까지 고려에 대한 지조를 지켰던 정몽주를 떠올렸다. 이로써 정도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방원은 "'쥐새끼처럼 도망갔다'는 말은 빼자"라며 스승에 대한 마지막 예의를 지켜줬다.

마지막 10분 정도전 역의 김명민은 죽음을 초월한 연기로 명불허전의 카리스마를 뽐냈다. 오롯이 정도전이었던 김명민은 47회 동안 '육룡이 나르샤'를 굳건하게 이끌어 왔다. '과연 김명민이다'라는 말을 이끌어 내기 충분했다.

[사진 = SBS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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