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가 다음시즌에 완성해야 할 그림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좋은 그림을 어떻게 만들까.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은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서 패퇴한 뒤 "올 시즌 밑바탕을 잘 그렸으니, 다음 시즌에는 좋은 그림을 만들겠다"라고 했다. KGC에도, 김 감독에도 다사다난했던 2015-2016시즌이 끝났다.

올 시즌 KGC에 대한 시선은 불안과 희망이 공존했다. 작년 비 시즌에 시끄러운 일이 많았다. 전창진 전 감독의 승부조작 의혹과 경찰 조사, 자진사퇴로 홍역을 치렀다. 그 사이 김승기 감독(당시에는 코치, 시즌 시작과 동시에 감독대행)이 선수단 훈련을 지휘했다. 외부변수로 선수단은 크게 흔들릴 수 있었다.

더구나 KGC는 오세근 박찬희 이정현 강병현 양희종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자랑하지만,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 내리막을 탔다. 부상이 잦았고, 사령탑 교체로 조직력을 극대화하지 못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그 어느 팀보다도 비 시즌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직전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도 오르지 못한 아픔을 씻어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말대로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기도 했다.

▲명확한 방향설정

김 감독은 1월1일자로 대행 꼬리표를 뗐다. 이례적이었다. KGC 수뇌부는 김 감독을 신뢰한다. 그럴 만했다. 김 감독은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개막 4연패로 출발했지만, 이후 꾸준히 2승1패 패턴을 반복하면서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렸다. KGC 컬러와 선수구성을 감안,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술전략을 수립, 빠르게 주입시킨 결과였다. 1대1 수비력이 빼어난 양희종 박찬희를 활용한 앞선에서의 런&점프 스위치 디펜스도 인상적이었다. 외국선수로 압박이 좋은 프랭크 로빈슨을 택한 것도 같은 이유. 김 감독은 골밑 수비력이 준수한 찰스 로드와 오세근이 버티고 있다는 계산 속에 강력한 압박과 스틸, 속공을 내세워 급상승세를 탔다. 이 부분을 비 시즌부터 철저히 준비해왔다.

로빈슨이 부상으로 일찌감치 퇴출됐다. 슈터 마리오 리틀을 영입, 외곽화력을 보강했다. 골밑과 궁합을 맞춰줄 슈터가 부족한 부분을 감안한 영입. 리틀은 시즌 초반만 해도 슛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본래 터프샷을 많이 던지는 스타일이라 난사로 이어졌고, KGC에 악영향을 미치는 케이스가 잦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리틀이 슛 밸런스를 찾기까지 인내했고, 결국 시즌 중반 이후 리틀의 터프샷으로 KGC가 이긴 경기도 늘어났다.

김 감독의 시즌, 게임 플랜 수립도 호평을 받았다. 김기윤을 비 시즌 혹독히 조련, 득점력을 갖춘 주전 가드로 만들었다. 오세근이 불법토토와 부상으로 시즌 초반 결장하자 로드와 백업 빅맨들을 활용한 수비 전술도 돋보였다. 불법토토로 정규시즌에 나서지 못했던 전성현을 정규시즌 막판부터 준비시켜 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에 투입, 삼성의 약한 외곽 압박을 노리는 용병술도 돋보였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4강 플레이오프서 안드레 에밋을 잡기 위해 3차전 변형 지역방어에 이은 원 카운트 더블팀은 나름 인상적이었다. (에밋은 3차전 전반 KGC의 수비변화에 주춤했다)

▲앞으로 그려야 할 그림

그러나 KGC는 시즌 중반 이후 상승세가 꺾였다. 로드가 개인사로 미국에 다녀오는 사이 팀 페이스가 급격히 하락했다. 김 감독도 이때 팀 추락을 막지 못했다. 돌발변수에 능숙히 대처하지는 못했다. 결정적으로 크고 작은 부상자가 잦았다. 오세근을 시작으로 양희종, 강병현은 부상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로드의 컨디션이 떨어진 사이 양희종이 목 부상으로 한동안 쉬면서 KGC 수비조직력은 완전히 무너졌다. 오세근은 발목과 무릎 부상으로 예전과 같은 운동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상태였다. 여기에 강병현마저 시즌 막판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정상적인 시즌을 치를 수 없었다. 결국 선두다툼을 할 수 있었지만, 4위까지 내려앉았다.

6강 플레이오프에 출전한 팀들 중 조직력이 강하지 않은 삼성을 상대로 KGC의 불완전한 전력은 어느 정도 통했다. 그러나 하승진, 안드레 에밋, 허버트 힐을 앞세운 KCC의 공격력을 정상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었다. 오세근마저 3차전에 다치면서 홈 4차전서 21점차 대패 수모를 겪었다. 줄부상과 무너진 조직력을 회복할 여유가 없었던 현실이 더해지면서 챔피언결정전 진출 꿈을 접었다.

김 감독의 말대로 밑그림은 그렸다. 김기윤, 전성현 등 좋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확고한 팀 컬러도 만들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줄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거의 매 시즌 주축들의 부상에 발목이 잡혔던 KCC가 올 시즌 큰 부상자 없이 건강한 시즌을 보내면서 리그 최강전력으로 탈바꿈 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KGC도 선수들 몸 관리에 대한 전체적인 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시즌 내내 기복이 심했던 로드,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리틀을 안고 갈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신인드래프트에서 빅3(이종현 강상재 최준용)를 뽑을 수 있다면, 누구를 보강할 것인지도 내부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식으로 선수단 정비가 끝나면 개개인의 공수 역량 업그레이드와 내, 외곽 수비시스템 정비 작업 등이 뒤따라야 한다. KGC는 수비력이 좋은 선수가 많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올 시즌 평균실점 1위였다.

김 감독은 "더 단단해져야 한다"라고 했다. 좋은 멤버가 즐비한 KGC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비 시즌에 밀도 높은 준비로 내실을 좀 더 채우면 충분히 우승에 재도전 할 수 있다.

[KGC 응원단.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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