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서동철표 KB 양궁농구, 앞날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서동철표 공격농구가 막을 내렸다.

KB는 플레이오프서 KEB하나은행에 1승2패로 패퇴했다.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 꿈을 접었다. KB는 2012-2013시즌 막판 서동철 감독 부임 후 얼리오펜스와 외곽슛을 앞세운 공격농구를 표방했다.

공격농구, 특히 높이가 낮은 KB의 외곽 농구는 확률과 내실이 떨어진다. 하지만, 서동철 감독은 세밀한 수비전술(트랩+로테이션, 지역방어)을 이식시켜 수비조직력을 가다듬었고, 자연스럽게 공격농구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틀을 구축했다. 겉만 화려한 양궁농구가 아니라 내, 외곽의 효율적인 패스게임에 의한 내실 높은 양궁농구를 추구했다.

그 결과 KB는 서 감독 부임 후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2014-2015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까지 경험했다. 비록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는 못했지만, 그 사이 홍아란과 심성영이 주축 멤버로 성장했고, 강아정은 리그 정상급 포워드로 거듭났다. 하지만, 서 감독의 3년 계약이 만료되면서 KB의 앞날도 예측하기가 어렵게 됐다.

▲서동철 감독의 역량

농구계는 서 감독을 좋게 평가한다. 상무, 삼성생명, 삼성, 오리온 코치 시절부터 농구판을 대표하는 노력하는 사령탑. 여전히 한국농구에는 노력과 연구를 등한시하는 지도자들이 있다. 좀 더 디테일하게 파고 들지 못한 채 팀 전력과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시키지 못한다. 반면 서 감독은 항상 남자농구, NBA 등을 분석하며 고민하고, 팀에 대입시키는 지도자로 유명하다.

KB는 서 감독 재임기간 단 한번도 리그 최정상급 전력을 보유하지 못했다. 고질적으로 높이가 좋지 않았다. 정선화가 하나은행을 거쳐 은퇴했고, 김수연은 수술 및 재활로 2시즌을 연이어 날렸다. 정미란, 김진영 등이 있지만, 타 팀들에 비해 턱 없이 밀린다. 매 시즌 메인 외국선수마저 포워드를 선택했다. 대신 국내선수들 중심의 팀 수비시스템을 정착, 팀 내실을 키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얼리오펜스와 외곽포를 앞세운 공격농구의 토대를 닦았다. 올 시즌에는 5위까지 처졌지만, 서 감독 복귀 후 거짓말처럼 상승세를 탔고, 플레이오프 막차 티켓을 거머쥐었다.

서 감독 복귀 후에는 더블팀에 이은 외곽수비 로테이션이 상당히 촘촘해졌다. 그의 영향력이 전력에 플러스를 안긴 사례.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플레이오프 1차전서 골밑에서 미스매치를 내주는 하나은행을 상대로 트랩을 설치하는 지점, 도움수비를 들어가는 위치의 변화로 공격 유기성을 떨어뜨렸던 건 단연 서 감독의 수완이다.

▲KB의 앞날은

서 감독은 시즌 중반 기자에게 "솔직히 시즌 후 재계약이 되지 않더라도 구단에 원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 구단의 결정에 따를 것이다"라고 한 적이 있다. 마음을 비운 듯한 뉘앙스였다. 서 감독은 KB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잘 알려졌듯이, 서 감독은 지난해 여름 종양제거수술을 받았다. 비 시즌 훈련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했고, 시즌 개막도 함께하지 못했다. 3라운드 시작과 함께 무리하게 복귀했지만, 정상적이지 않아 다시 휴식기를 갖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구단은 서 감독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최대한 배려했다. 첫 복귀만 해도 구단이 말렸으나 서 감독의 의지가 확고했다. KB와 서 감독의 관계는 그만큼 끈끈하다.

일단 서 감독의 거취가 결정돼야 KB의 앞날을 내다볼 수 있다. 다만, 서 감독 재계약 여부와 무관하게 비 시즌 선수단 재편 작업이 일어날 수 있다. 강아정 등 KB에도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되는 선수들이 있다.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의 행선지, 6개 구단의 샐러리캡 정비 여부에 따라 KB도 다음 시즌 구성원과 실제 전력이 달라질 수 있다. 그에 맞춰 팀 컬러를 조정하고, 조직력을 다시 구축해야 할 수도 있다.

서 감독이 KB와 재계약 한다면 지금 갖고 있는 컬러에서 세부적인 공수 시스템의 내실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해나가면 된다. 저연차 선수들의 개인 역량을 키우는 작업도 필요하다. 홍아란과 심성영의 경우 자신들을 발굴하고 키워낸 서 감독과 함께하면 부작용 없이 성장 토대를 만들 수 있다. 외국선수 선발작업도 매우 중요하다.

서동철표 KB 양궁농구는 일단 막을 내렸다. KB는 모든 부분을 종합적으로 판단, 서 감독과의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서동철 감독(위), KB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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