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여자친구와 함께한 47일, 너희는 기적이었어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걸그룹 여자친구는 기적 같은 시간을 만들었다.

여자친구가 이번 주를 끝으로 '시간을 달려서' 음악방송 활동을 공식 마무리 짓는다. 지난 1월 '시간을 달려서' 발표 후 11일까지 47일간 쉬지 않고 달린 여자친구다. 이 시간 동안 여섯 명의 멤버들은 음악방송 15관왕이란 대기록을 달성했다. 데뷔 1년 만에 거둔 믿기 힘든 성과였다. 게다가 '시간을 달려서'는 여자친구의 데뷔 첫 1위였다.

여자친구의 성공은 두 가지 측면에서 놀랍다.

소위 대형기획사로 분류되지 않은 중소기획사에서 내놓은 걸그룹이었다. 데뷔 전 요란한 홍보는 없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멤버들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것도 없었다. '여자친구'란 그룹명이 '유치하다'고 말하는 이들까지 있었다.

그래도 성공했다. 대형기획사 위주로 돌아가는 연예계에 의미 있는 업적이다. 굳이 대형기획사가 아니라도 '가수는 노래가 좋아야 한다'는 진리를 입증한 셈이다.

두 번째 놀라운 이유는 노래다. 사실 '시간을 달려서'는 여자친구의 실험적 도전이었다.

데뷔 세 번째 앨범인 여자친구는 먼저 낸 '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과 달리 '시간을 달려서'에선 상당히 중요한 음악적 변화를 꾀했다.

앞선 두 노래는 시작과 동시에 후렴구를 배치하는 전략으로 강렬한 인상으로 출발하고, 후렴구를 멤버 전원이 합창해 상쾌함과 더불어 따라 부르고 싶은 심리까지 자극했다. '시간을 달려서'는 이 두 가지 특징을 모두 지운 노래였다.

이 탓에 '시간을 달려서'는 처음 들었을 때 자극과 이른 바 '중독성'이 지난 두 곡보다 옅었다. 애절한 감성은 노랫말이 또렷해질 정도로 꾸준히 반복해 들어야만 배어났다.

그래도 성공했다. '유리구슬'과 '오늘부터 우리는'으로 대중에 여자친구의 노래에 대한 신뢰도를 쌓은 덕분이었다. 여자친구의 노래를 믿고 들으며 차분히 매력을 음미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어쩌면 여자친구의 기적은 이제 막 시작일는지도 모르겠다.

여자친구 리더 소원은 11일 마이데일리와 만나 '앞으로 인기가 사라질까 봐 불안하지 않은가?' 묻자 "인기나 음악방송 1위보다 더 좋은 노래를 들려드려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고 했기 때문이다.

[사진 = 뮤직비디오 캡처-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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