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영화 ‘13시간’에 조셉 캠벨의 신화가 등장한 이유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13시간’은, 그가 원하든 원치 않았든, ‘정치적’이다. 이 영화는 2012년 9월 11일 리비아 벵가지에서 미국 영사관을 습격한 무장 괴한들로부터 36명의 목숨을 구한 6명의 민간 용병들의 13시간에 걸친 구출작전을 담았다. 마이클 베이는 보스턴 글로브 기자 출신인 미첼 주코프 작가의 논픽션 ‘13시간: 벵가지에서 실제로 벌어진 감춰진 이야기’에 감명을 받아 메가폰을 잡았다.

사건 당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를 포함해 4명의 미국인이 사망했다.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를 맹비난했다.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었고,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을 출석시켰다.

공화당은 힐러리에 대한 정치 공세가 아니라고 했지만,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벵가지 특위’와 관련해 정치적 의도를 드러냈다가 중도 사임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월 미국 개봉 당시 공화당은 단체 관람을 했고, 도날드 트럼프 후보는 극장을 빌려 시사회를 열었다. 벵가지 사건은 현재 미국 국회에서 청문회 보고서 초안이 작성 중이다. 여전히 정치적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어머니는 이 영화가 정치적이기 때문에 아들의 연출을 만류했다. 마이클 베이는 “어머니, 이 영화는 정치적이지 않아요. 미군의 영웅 이야기입니다”라고 답했다.

영화는 처음부터 “이 영화는 실화다”라고 선언하고 시작한다. 대부분이 “실화에 바탕한” 영화라고 밝히는데, 마이클 베이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실화”라고 밝히고 있다. 그만큼 목숨을 걸고 타인을 위해 희생한 6명의 용병 이야기에 끌렸다. 국가는 자국의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던 반면(극중에서 성조기는 수영장에 둥둥 떠다닌다), 전직 군인 출신 용병들은, 사건에 개입하지 말라는 명령에도 불구하고, 불타는 영사관에 뛰어 들어 총격전을 벌였다.

언제나 영웅 이야기를 즐겨 다루던 마이클 베이 감독은 그들에게서 영웅의 전형을 발견했다. 그들은 민간업체 소속으로 모두 가족이 있었고, 언제든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싸웠다. 영웅은 타인의 생명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용기를 발휘한다.

용병들은 미국의 유명 비교신화학자 조셉 캠벨(조지 루카스와 함께 ‘스타워즈’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의 ‘신화의 힘’을 읽는다. 그들이 읽은 대목은 “천국과 지옥이 다 우리 안에 있다”는 내용이다. 교전을 벌이다 죽을지도 모르는데, 어찌 두려움이 없겠는가. 그들도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혼란을 느낀다. 그러나 결국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총을 잡는다.

신화는 인류의 영적 잠재력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용병들은 조셉 캠벨의 책을 읽으며 내면으로 눈을 돌려 자신들 안에 있는 신을 발견하고, 영적 잠재력을 깨웠다. 오늘도 어디에선가 영적 잠재력을 깨워 타인을 도우려는 수많은 영웅이 있을 것이다. 인간의 삶은 ‘신화적’이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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