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길의 하지만] "김숙·윤정수 결혼 막는 에어컨" PPL도 능력이다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이 프로그램은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프로그램이 시작 될 때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자막이다. 치열한 채널간 경쟁 속 불어난 제작비를 충원하기 위해 PPL(간접광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제작환경 상 프로그램 내에 PPL을 포함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더더욱 PPL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것은 제작진이 갖춰야 할 능력 중 하나가 됐다.

JTBC '님과 함께 시즌2-최고(高)의 사랑'(이하 '님과 함께2')의 1일 방송에서는 자신의 신용카드를 말없이 사용한 개그맨 윤정수를 질책하는 개그우먼 김숙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간 가상남편인 윤정수의 돈 씀씀이를 혼내는 김숙의 모습을 흥미롭게 봐 온 시청자들은 새로운 상황극을 기대하며 화면에 몰입했다.

그런데 이 상황극의 최종 주인공은 윤정수도, 김숙도 아닌 최신형 에어컨이었다. 윤정수는 자신이 1백만 원을 들여 한 겨울에 구입한 품목이 에어컨이라고 고백했고, 이어 두 사람은 에어컨의 기능을 살펴보며 감탄하는 모습을 보였다. 잘 짜인 한 편의 광고이긴 했지만, 리모컨으로 JTBC를 택한 시청자가 보고자했던 장면은 아니었다.

'님과 함께2'가 과도한 PPL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집들이를 앞두고 개그우먼 오나미의 집을 청소하는 장면에서는 성능 좋은 청소기의 모습이 강조됐고, 데이트 장소를 정할 때는 예약 앱의 편리함이 소개됐다. 물론 웬만한 프로그램이라면 한 번씩은 등장하는 PPL을 두고 이뤄지는 비판에 대해 '님과 함께2' 제작진은 억울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님과 함께2'가 사랑받는 이유가 현실이 아님에도 현실처럼 몰입할 수 있는 공감대라는 점에서 굳이 시청자가 "결국 이 상황도 대본이었지"라고 인지하게 만드는 억지 연출은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관련 게시판에 남긴 "갑자기 에어컨이 ??!", "또 PPT(PPL을 실수처럼 변형해 부르는 네티즌 용어)네", "윤정수, 김숙 결혼을 PPL이 막네" 등의 격한 질책은 이 때문이다.

어쩌면 광고주가 바라는 것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PPL보다는 제품이 눈에 띄게 강조되는 것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이 광고주에 앞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는 '그 광고를 유치하게 해 준' 시청자의 불편함이다.

[사진 = JT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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