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f(x)가 "나 어떡해요" 하자…日 팬들이 "언니!" 했다

[마이데일리 = 나고야(일본) 이승록 기자] "나 어떡해요 언니" "언니!"

일본 팬들이 뒤에서 일제히 "언니!" 하고 또렷한 발음으로 외치길래 놀라 뒤를 쓱 돌아봤다. 차분하기로 유명한 일본 관객들의 눈빛은 이미 흥분 상태. f(x) 멤버들이 '에어플레인' 때 객석 아래로 내려왔을 때는 "빅토리아!" "엠버!" "루나!" 그리고 "수정아!" 하고 한국말로 애절하게 울부짖었다.

28일 일본 나고야 시민회관 포레스트홀은 참 뜨거웠다. 지난달 서울에서 데뷔 7년 만에 첫 단독 공연을 열었던 f(x)가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후쿠오카, 오사카 그리고 나고야에서 연 첫 단독 투어 마지막 공연이었다.

공연장의 달아오른 공기는 연보랏빛 야광봉 사이를 빼곡히 메웠다. '일렉트릭 쇼크', 'NU예삐오', '제트별', '첫사랑니', '스텝' 등 공연장을 채운 앳된 외모의 일본 여성 관객들은 유난히 f(x)의 둔탁한 노래들에 더 열광했다.

네 멤버들은 상기된 얼굴이었다. 이날 점심 때 배고픔을 못 참고 "둘이 히츠마부시(나고야 장어덮밥) 3인분을 먹어버렸다"는 맏언니 빅토리아와 막내 크리스탈이나 "덕분에 우린 둘이서 2분의1인분 먹었다"며 투정 부린 엠버, 루나 할 것 없이 몸이 아스러지도록 춤췄다. 장어덮밥의 힘만은 아닌 게 틀림없다.

2시간30분 동안 서른 다섯 곡이 쏟아진 공연이었다. 빠듯한 일정에 지칠 법도 했으나 넷은 신나 보였다. 7년의 한을 쏟아내듯 지난달 서울 공연 때나 이번 나고야 공연 때나 멤버들은 격정적으로 뛰놀았다.

리더 빅토리아는 일본 관객들을 향해 "언어가 자연스럽게 통하지는 못하지만, 노래와 몸으로 하나가 되었다"고 했다.

공연 내내 연신 방글방글 웃던 루나가 앙코르 무대에서 왈칵 눈물 쏟자 크리스탈이 "울지마" 하고 눈물 닦아줬고, 일본 팬들은 "다이조부, 다이조부!(괜찮아, 괜찮아!)" 하고 외쳤다.

얼마 전 데뷔 7년 만에 비로소 발표된 f(x)의 공식 팬클럽 이름이 '미유'다. '나(Me)'와 '너(You)'란 뜻인데, 꽤 짧지만 두 음절에 담긴 7년은 무척이나 길었다. 서울 공연과 나고야 공연에서 어쩐지 f(x)와 관객들의 얼굴에서 왠지 모를 애틋함이 느껴졌던 것도 이 탓이다.

마지막곡 '엔딩페이지'를 앞두고 f(x)는 "이 자리 와주신 팬 분들과 못 오신 팬 분들 모두 감사하다"며 "정말 오래오래 여러분과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고 기원했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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