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장나라·정경호 '해피엔딩', 부진 거듭하는 이유 셋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수목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이 고전하고 있다.

24일 방송된 '한번 더 해피엔딩' 11회가 시청률 5.0%(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지난 10회와 동률로 2회 연속 자체 최저 시청률이다. 이날 KBS 2TV와 SBS에서 나란히 신작 '태양의 후예'와 '돌아와요 아저씨'를 내놔 그간 부진했던 '한번 더 해피엔딩'의 반전이 기대됐으나 결과는 아쉬웠다.

'한번 더 해피엔딩'이 배우 장나라, 정경호, 권율, 유인나, 유다인, 가수 서인영 등 화려한 캐스팅에도 부진한 이유로는 세 가지가 꼽힌다.

먼저 삼각관계 로맨스가 시청자들에게 식상함을 안기고 있다. 구해준(권율)에게 반해 교제한 여주인공 한미모(장나라)가 어느 순간 초등학교 동창이자 남자친구 구해준의 절친이기도 한 송수혁(정경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됐다. 수혁 역시 미모가 친구 해준과 사귀는 것을 알면서도 대시해 해준과 마찰을 빚었다.

한 여자를 두고 친구인 두 남자의 대립은 숱한 로맨스 드라마에서 봐온 삼각관계 구도다. 이러한 삼각관계 설정이 더이상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소재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1988' 역시 초반의 가슴 따뜻한 가족극이 극 후반 '남편찾기'로 대변되는 삼각관계에 집착하며 시청자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현재 방영 중인 tvN '치즈인더트랩' 또한 남주인공 유정(박해진)의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로맨스극답지 않은 긴장감으로 호평 받았으나, 결국 최근 유정과 백인호(서강준)가 여주인공 홍설(김고은)을 두고 다투는 흐름으로 쏠리며 "실망스럽다"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두 번째 부진의 이유는 이야기가 캐릭터간 균형을 잃었기 때문이다.

당초 1세대 걸그룹 '엔젤스' 멤버들이 30대가 된 후 제2의 삶을 살면서 벌어지는 일을 각 멤버별로 다채롭게 다룰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이야기의 비중은 미모와 수혁, 해준의 삼각관계에 지나치게 몰렸다.

연애를 못해 늘 한숨만 쉬는 초등학교 교사 고동미(유인나)나 자유를 꿈꾸며 결혼을 망설이다 믿었던 남자에게 속은 홍애란(서인영), 또는 남편과의 불화로 힘겹게 결혼 생활을 유지해온 백다정(유다인)의 이야기도 충분히 다루면 흥미롭게 그려질 수 있는데, 어째서인지 '한번 더 해피엔딩'은 미모의 삼각관계에만 빠진 모습이다.

이 때문에 캐릭터의 감정선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마지막 이유다.

홍애란의 남자 방동배(박은석)는 초반에는 마냥 애란을 좋아하는 순진한 남자로 그려지다 알고보니 바람둥이였는데, 지금은 다시 애란에게 달콤한 스케치북 프러포즈를 하는 로맨티시스트로 묘사됐다. 둘의 이야기가 극에서 적은 비중으로 다뤄진 탓에 방동배의 캐릭터 변화는 급작스러워 시청자들이 공감하며 따라가기에는 숨가쁘다.

특히 문제는 구해준이다. 워낙 다정한 남자라 미모는 물론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았던 구해준은 최근 미모의 변심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듯 미모를 서운하게 하는 남자로 바뀐 모습이다. 아픈 해준이 걱정돼 미모가 만든 죽을 다 먹지 않고 싱크대에 버려놓고 미모에게 죽을 먹고 괜찮아졌다고 거짓말하는 해준의 모습은 초반을 떠올리면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아직 반전의 기회가 남아있다는 게 희망이다. 남은 후반부에서 처음 보여줬던 속도감과 기발한 장면들이 펼쳐진다면 지금의 아쉬움을 극복하고 진정한 해피엔딩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MBC 방송 화면-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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