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TV] 실력 아닌 인기가 승패 좌우, '프로듀스101'의 씁쓸한 현실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여기서는 제가 봤을 때 실력으로 판가름 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습생 김형은의 말이 12일 방송된 ‘프로듀스101’을 가장 잘 표현해주지 않나 싶다.

12일 밤 방송된 케이블채널 엠넷 ‘프로듀스101’ 4회에서는 지난회에 이어 연습생 5인이 모여 무대를 꾸미는 그룹 평가 미션이 진행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 주 눈길을 모았던 어벤져스팀의 무대가 꾸며졌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로 무대에 오른 어벤져스팀은 막강 멤버들의 조합 외에도 멤버인 허찬미가 소녀시대의 노래를 부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허찬미는 소녀시대 데뷔 후보로 꼽혔을 뿐 아니라 SM연습생 시절 실제 이 노래를 녹음한 바 있다.

결과는 참혹했다. 리허설 때도 목이 좋지 않았던 허찬미가 고음을 제대로 내지 못한 것. ‘다시만난 세계’ 1조의 메인보컬로 2조의 메인보컬 허찬미와 맞붙었던 유연정은 “찬미 언니의 그 실수를 보고 ‘이겨보자’, ‘우리도 이길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갖고”라고 말했다. 유연정은 앞서 보컬로 극찬을 받았던 연습생. 하지만 결과는 허찬미가 속한 2조의 승리였다.

메인보컬 하나로 승패를 좌우할 수는 없겠지만 메인보컬이 무너지면서 전체적인 무대의 완성도가 흐트러졌다는 점에서 1조에게는 아쉬운 패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유연정 역시 “약간 억울하다고 해야 하나. 2조는 눈에 보이는 큰 실수를 많이 했잖아요. 차라리 저희가 인정하고 아무 소리 못할 정도로 멋진 무대를 보여줬으면 ‘저 팀 잘했으니까’라는 생각을 했을 텐데 결과가 이래서…”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유연정은 “어벤져스 팀은 어벤져스 팀이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많은 의미가 내포된 쓴소리였다. 인기투표 상위권 멤버들이 한 팀에 모인 어벤져스팀을 실력만으로는 이길 수가 없다는 한탄 섞인 말이기도 했다.

미쓰에이의 ‘배드 것 굿 걸’로 대결을 펼친 1조와 2조도 의견이 갈린 무대였다. 연습 중 혹평을 받은 1조 연습생들은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반면 2조 연습생들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짧고 굵게” 할 때는 한다는 2조에게 제작진이 “굵고 길게 하는 사람들한테 지는 거 아니냐”고 물었을 때 2조 김민경은 “그런 사람은 있을 수가 없어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여기 있음”이라는 자막과 함께 연습 중인 1조의 모습을 내보냈다.

두 팀이 무대에 올랐다. 1조의 무대를 지켜보던 가희가 “어우 잘해”라고 감탄하고 치타가 “완전 소름 돋았어 전율 나는 거 같아”, 제아가 “남자들이 좋아 죽네”라고 평했다. 1조와 2조의 무대를 모두 본 후 치타가 “비주얼은 2조가 나을 수 있는데 어떠냐”고 묻자 제아는 “처음(1조)이 좋았어”라고 답했다. 치타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하지만 득표수는 2조가 2배 이상 높았다.

이에 1조였던 김형은은 "'어떻게 저렇게 차이가 많이 나지?',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좀 했다"며 "여기선 제가 봤을 때 실력으로 판가름 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보이는 이미지로 뽑는다"며 서운한 마음을 내비쳤다.

물론 이날 미션에서는 인기투표 상위권으로 주목 받았던 연습생을 제치고 더 많은 득표수를 얻으며 새롭게 조명 받은 연습생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실력으로 득표수라는 대가를 받은 것에 비해 외모나 이미지만으로 많은 득표수를 차지한 연습생도 존재했다.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은 연습생이 속한 팀과 맞붙은 경우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자신의 꿈에서 한 발짝 멀어지게 됐다.

걸그룹을 뽑는 프로그램인 만큼 ‘팀’이 ‘개인’보다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중에게 사랑받아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개개인이 가진 매력이나 인기를 무시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날 방송은 오랜 시간 꿈을 키워온 개개인에게는 혹독한 시간이었다.

[사진 = 엠넷 '프로듀스101'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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