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MVP·신인왕, 강력한 후보가 없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강력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프로농구 정규시즌이 21일 종료된다. 정규시즌 시상식이 22일 오후 4시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다. 그러나 여전히 정규시즌 MVP, 신인왕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정확히 표현하면 MVP, 신인왕 레이스를 쥐고 흔드는 강력한 후보가 없다.

통상적으로 정규시즌 MVP는 우승팀에서 많이 배출됐다. 그런데 아직 우승팀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KCC, 모비스, 오리온 중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는 팀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가 MVP에 선정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으로 압도적인 후보가 없는 현실상 우승팀과는 별개로 조금이라도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가 MVP에 선정될 수도 있다. 신인왕의 경우 애당초 지난 시즌 이승현-김준일에 버금가는 대어가 없다는 평가 속에 흉작이 예상됐다. 예상대로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누가 선정돼도 민망할 듯하다.

▲압도적이지 않은 후보들

정규시즌 MVP의 경우 KCC에선 하승진, 전태풍이 유력 후보다. 안드레 에밋의 팀이지만, KBL이 지난 시즌 외국선수상을 부활하면서 MVP는 국내선수들로 한정됐다. 모비스에선 양동근과 함지훈, 오리온의 경우 이승현이 거론된다.

그런데 이들 개인성적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하승진은 41경기서 평균 8.7점 7.5리바운드 1.1블록을 기록 중이다. 하승진의 롤은 득점보다는 골밑 수비와 리바운드다. 에밋을 비롯한 단신 테크니션들이 많은 KCC에서 중요성이 높은 선수다. 예년과는 달리 부상 없이 꾸준히 출전 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후보들을 압도할 만한 임팩트는 아니다. 전태풍도 49경기서 평균 11점 2.6리바운드 2.6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1~2번 역할을 건강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경기운영 부담을 떨치고 특유의 프리랜스 오펜스를 마음껏 펼치고 있다. 팀 공헌도도 높다. 하지만, 역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지는 못하는 수준.

모비스 양동근과 함지훈은 상대적으로 팀 공헌도가 높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외국선수들의 공헌이 떨어진데다 선수층이 얇은 특성상 양동근과 함지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또한, 실제로 이타적인 마인드를 지닌데다 패스능력, 승부처에서의 효율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안정감 등은 기록과는 별개로 플러스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기록상으로는 다른 선수들을 완벽히 압도할 정도는 아니다. 양동근은 40경기서 평균 13점 3.3리바운드 5.4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함지훈은 48경기서 평균 11.4점 5.9리바운드 5.8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어시스트 부문에서 함지훈이 1위, 양동근이 3위다.

오리온 이승현은 기록보다는 골밑 수비와 이타적인 플레이 스타일, 궂은 일을 중시하는 마인드가 돋보인다. 시즌 기록은 41경기서 평균 11.5점 5.6리바운드 2.2어시스트. 풍부한 선수층을 자랑하는 오리온에선 딱히 눈에 띄는 국내선수들이 보이지 않는다. 개개인보다는 팀 오펜스가 가장 돋보이는 팀이다.

신인왕 후보들로 눈을 돌리면 더욱 참혹하다. 1순위 문성곤(KGC)은 17경기에 출전했지만, 경기당 4분56초간 0.8득점에 불과하다. 2순위 한희원(전자랜드)은 약한 팀 전력상 34경기서 평균 17분37분 정도 출전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4.8점 1.8리바운드로 기록은 인상적이지 않다. 정성우(LG)의 경우 33경기서 21분간 4.3점 1.7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이동엽(삼성)은 35경기서 평균 14분간 2.7점 1.5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정성우와 이동엽은 팀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압도적인 임팩트를 남기지는 못했다. 고졸 신인 송교창(KCC)은 19경기서 평균 9분 정도 뛰면서 1.6점 1.7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최근 KCC가 선두경쟁을 펼치면서 출전기회가 많지 않다.

▲어두운 현실

올 시즌 MVP, 신인왕 레이스가 맥이 빠진 건 그만큼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는 국내선수가 많지 않았다는 의미다. 물론 전준범(모비스), 임동섭(삼성), 허웅, 두경민(동부) 등 올 시즌 기량이 일취월장한 선수들은 여럿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KBL을 압도할 정도의 강력한 임팩트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다.

농구관계자들 의견을 종합하면 모든 선수와 지도자가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프로농구 수준 하락은 선수와 지도자의 노력 부족, 선수를 올바른 길로 성장시키지 못하는 시스템의 부재가 원인이다. 그나마 거론되는 MVP 후보들 중에서 이승현을 제외하면 모두 서른 줄에 접어들었다. 리그를 압도할 정도의 임팩트를 떨치는 20대 젊은 선수들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서 KBL은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선수 출전쿼터를 늘렸다. 시즌 중 한 차례 약속을 바꾸면서 외국선수 2명 동시 투입 시기를 앞당기는 촌극도 연출했다. 올 시즌 리그 득점력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외국선수들의 팀 내 비중이 더 높아졌다. 대다수 국내선수는 외국선수들의 들러리 역할을 하고 있다. 시즌 전 팬들과 언론이 걱정한 부분이 고스란히 실전서 확인됐다.

물론 출전시간이 늘어난 외국선수들의 맹활약에 농구 팬들은 즐겁다. 상위권 순위다툼도 뜨겁고 시즌 초반 불법도박 스캔들 충격에서도 벗어난 분위기다. 하지만, 정작 이런 현상들이 한국농구의 체질과 건강에는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정규시즌이 거의 마무리되는 시기에 압도적인 MVP 후보와 신인왕 후보가 보이지 않는 건 여전히 한국농구가 위기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승진과 전태풍(위), 양동근과 함지훈(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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