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별 토종 최고연봉자, 2016시즌 기대감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고액연봉자들에 대한 구단들의 기대감은 남다르다.

올 시즌 외국인선수를 제외하고 포지션별 최고연봉자를 살펴보자. KBO리그 연봉 톱 김태균(한화, 16억원)은 당연히 1루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다. 지명타자와 포수, 3루수는 이승엽(삼성), 강민호(롯데), 최정(SK)이 모두 10억원을 받으며 각 포지션 최고연봉자다. 2루수는 정근우(한화, 7억원), 유격수는 김재호(두산, 4억1000만원), 외야수는 박용택, 이병규(이상 LG, 8억원), 투수는 윤석민(KIA, 12억5000만원)이 각각 최고연봉자다.

모두 각 팀의 간판스타들이다. 기본적으로 감독들은 이들이 제 몫을 해줄 것으로 내다보고 시즌 플랜을 짠다. 그러나 야구는 쉽지 않은 스포츠다. 포지션별 최고 연봉자들을 비롯한 고액연봉자들이 반드시 모두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지는 탄탄해도 개인적으로는 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다를 수밖에 없다.

▲작년처럼만

대다수 선수가 지난해에도 이름값을 했고, 올 시즌 고액연봉으로 다시 한번 이름값을 증명했다. 올 시즌에도 작년처럼만 해주면 구단과 감독, 팬들로선 바랄 게 없다. 김태균은 최근 수년간 연봉 넘버 원이란 부담감 속에 시즌을 치러왔다. 그래도 특유의 정확한 타격, 한 방이 있고 찬스에서의 결정력 높은 타격은 변함 없다. 지난해 타율 0.316에 21홈런 104타점을 기록했다. 2008년 이후 7년만에 20홈런을 돌파했다. 2005년 이후 10년만에 100타점을 돌파했다. 올 시즌에도 이 정도를 해내면 윌린 로사리오 등 다른 중심타자들과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강민호는 FA 계약 첫 시즌이었던 2014년 최악의 부진에 시달렸다. 그러나 지난해 타율 0.311 35홈런 86타점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홈런 커리어 하이였다. 생애 두 번째 3할. 올 시즌에도 작년 정도의 타격에 주전포수로서 투수들을 적절히 뒷받침한다면 롯데로선 더 바랄 게 없다. 정근우도 지난해 타율 0.316 12홈런 66타점으로 좋았다. 홈런과 타점은 커리어 하이였다. 테이블세터 요원이지만 중심타순에도 많이 배치됐다. 한화에서 1루와 2루는 기본적으로 믿고 맡기는 포지션이다.

김재호는 생애 최고의 2015년을 보냈다. 133경기에 출전, 타율 0.307 3홈런 50타점 63득점으로 타격에 완전히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시리즈 우승, 골든글러브 수상에 이어 프리미어12 주전 유격수로 한국의 우승까지 이끌었다. 김재호가 올 시즌 작년만큼만 하면 리그 최고 유격수 입지를 굳힌다. 박용택도 지난해 타율 0.326 18홈런 83타점으로 좋았다. 리그 최약체 수준의 LG 타선을 진두 지휘했다. LG는 리빌딩 바람이 불고 있지만, 박용택 입지만큼은 굳건하다. 올 시즌에도 작년처럼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자존심 세우자

포지션 최고연봉자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 최정과 이병규다. 두 사람은 지난해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체면을 구겼다. 올 시즌은 부활의 시즌이다. 최정은 지난해 81경기서 타율 0.295 17홈런 58타점에 그쳤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연속 20홈런에 110경기 이상 꾸준히 출전하며 공수를 겸비한 리그 최고 3루수로 불린 걸 감안하면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일단 최정은 건강 회복을 증명해야 한다. 지난해 잔부상이 잦았다.

이병규는 지난해 54경기 출전에 그쳤다. 타율 0.219 1홈런 9타점에 그쳤다. 2003년(44경기) 이후 가장 적은 경기 출전이었다. 헴스트링 부상도 있었고, 후배들과의 경쟁서 밀린 것도 사실이었다. 만 42세의 나이도 적은 건 아니다. 올 시즌에도 이병규의 입지는 예전 같지 않다. 1군 캠프 대신 퓨처스 대만 캠프에 합류했다. 확실한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면 출전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

▲새로운 도전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선수들도 있다. 투수 최고연봉자 윤석민은 오랜만에 국내에서 풀타임 선발 시즌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볼티모어에서 유턴한 뒤 KIA 불펜 사정상 마무리로 뛰었다. 물론 선발과 마무리 모두 검증된 투수답게 51경기서 2승6패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6으로 좋았다. 하지만, 윤석민 개인에게 최적의 보직은 역시 선발 에이스. 김기태 감독은 윤석민과 양현종을 축으로 올 시즌 선발진 구상을 마쳤다. 2011년 투수 4관왕 위력을 재현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승엽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122경기서 타율 0.332 26홈런 90타점으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마흔을 목전에 두고 타율 커리어 하이를 찍는 위력을 선보였다. 시즌 후 FA 2년 계약을 맺은 이승엽은 2017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할 가능성이 크다. 남은 2년은 후회 없는 도전의 시간이다. 올 시즌 이승엽은 만으로 불혹에 접어들었다. 2013시즌 부진 후 2014시즌 방망이를 눕혀 빠른 공에 반응하는 시간을 줄였지만, 작년에는 다시 방망이를 약간 세워 다양한 코스에 대처하는 능력을 끌어올렸다. 그는 올 시즌 시무식 당시 또 다시 타격폼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했다. 어떤 폼을 들고 나오든 아름다운 도전이다.

[위에서부터 김태균, 강민호, 최정,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