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덜어낸' 오승환, 당당한 모습 찾았다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고동현 기자] 입국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1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올시즌 각오를 밝혔다. 오승환은 미국으로 건너가 개인훈련을 이어간 뒤 18일부터 열리는 팀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예정이다.

오승환은 누구보다 차가운 지난 겨울을 보냈다. 불법 도박 혐의가 일정 부분 이상 사실로 밝혀지며 검찰로부터 벌금 700만원 약식 명령 처분을 받았다.

언행도 문제였다. 혐의가 확인되기 전까지 이를 부인했으며 세인트루이스 입단식에서 '도박 파문으로 인해 미국에 온 것은 아닌가'라는 물음에 "절대 아니다. 큰 사건이 될 지 몰랐고 불법인지도 몰랐다"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다.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와 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 1월 13일 귀국했다. 대부분의 경우라면 '금의환향'이 돼야 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오승환은 입국 직후 고개부터 숙였다. 그는 "내가 잘못한 부분이다. 죄송스럽다는 말씀 밖에 드릴 게 없다"고 사과했다.

그 후 한 달이 지났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1월 입국 당시에는 양복을 입고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날은 편한 캐주얼 차림이었다. 출국에 앞서 조카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도 했으며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고개 숙이는 일도 없었다. 예전 오승환다운 당당한 모습이었다. 추운 날씨에 대해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대답 대부분은 어떤 상황에도 개의치 않는다는 특유의 무덤덤함이 묻어났다.

지난 1월 공식사과에 이은 입국장에서의 연이은 사과로 그는 부담감을 어느 정도 덜어낸 모습이었다. 한결 편한 마음을 갖고 미국으로 향하는 오승환이 마운드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오승환(첫 번째 사진), 조카와 출국에 앞서 인사를 나누는 장면(두 번째 사진). 사진=인천공항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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