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비시즌 대대적 개편? 문경은 감독 깊은 고민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개편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SK는 2012-2013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3시즌 연속 상위권에 올랐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모래알 조직력', '약체' 이미지를 완벽하게 털어냈다. 그 결과 문경은 감독도 올 시즌을 앞두고 3년 재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문 감독은 재계약 첫 시즌에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SK는 7일 전자랜드에 패배하면서 2011-2012시즌 이후 4시즌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10일 오리온전을 앞두고 만난 문경은 감독은 "일단 순위를 한 계단이라도 끌어올리는 게 목표(7위)"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시즌 후 개편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했다. 문 감독의 표정은 복잡미묘했다.

▲왜 PO행 실패했나

SK는 올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개편을 감행했다. KBL 외국선수 규정상 애런 헤인즈와의 재계약이 더 이상 불가능했다. 코트니 심스와의 재계약도 포기했다. 박상오를 KT에 보내고 오용준을 받았다. 주희정과 신재호를 삼성에 보내고 이정석과 이동준을 영입했다. FA 이승준도 영입했다. 대신 최부경을 상무에 보냈다.

데이비드 사이먼 이승준 이동준 김민수 박승리 등으로 높이 위주의 컬러를 유지했다. 공격에선 김선형과 드워릭 스펜서를 중심으로 유기적인 조합을 만들어 낼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뒤바뀐 선수단 구성을 냉정히 살펴보면 수비력이 좋은 선수가 거의 빠져나간 상태였다. 박승리 정도를 제외하면 수비 이해력이 좋은 선수가 거의 없다. 외곽수비는 어려움이 컸고, 골밑 수비도 약점이 있었다. 실제 SK는 79.3실점으로 리그 6위다. SK보다 더 많은 실점을 한 팀도 4팀이 있지만, 선수단 개편 직전에 비해 SK의 수비조직력은 확연히 무너졌다.

이승준 이동준 형제는 예상대로 내구성에 문제를 드러내며 팀 공헌도가 많이 떨어졌다. 최근에도 신종플루로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태. 시즌 초반 김선형 불법도박 악재가 있었고, 그나마 팀 공헌도가 높았던 드워릭 스펜서 김민수는 시즌 중반 이후 부상으로 이탈했다. 결과적으로 문 감독의 의지대로 시즌을 운영해보지도 못하고 주저 앉았다. 뚜렷한 B플랜을 내세워보지도 못했다.

▲개편 가능성

SK는 4경기를 남겨뒀다.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 뒤 10일 오리온을 상대로 첫 게임을 치렀다. 3쿼터에 맹추격했다. 그러나 많은 턴오버를 양산하며 무너졌다. 문 감독은 잔여 경기서 7위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선수들의 의욕은 사실상 뚝 떨어졌다.

문 감독은 "개편을 생각하고 있다. 시즌 후 납회식과 워크샵이 잇따라 잡혔다"라고 했다. 납회식과 워크샵을 통해 SK는 미래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문 감독이 말한 개편은 결국 인적개편과 공수 시스템, 즉 농구 스타일의 개편으로 해석된다. 물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문 감독은 "다음 시즌을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것"이라면서도 "모든 포지션에서 확실한 주전을 세워놓는 게 중요한 것 같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새 외국선수 드웨인 미첼은 외곽포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돋보인다. 그러나 재계약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대신 팀에서 가장 건실한 역할을 했던 사이먼의 재계약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문 감독은 "(재계약이)100%는 아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결국 사이먼의 재계약 가능성이 높은 상황서 국내선수 라인업 개편이 예상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선수들을 비롯해 최근 몇 시즌 동안 팀 공헌도가 떨어졌던 선수들을 과감히 내보내고 FA, 트레이드를 통해 또 다시 대대적으로 선수단을 개편할 수 있다. 다음 시즌은 신인 빅3(이종현, 최준용, 강상재)가 KBL에 입성한다. 이들 중 1명을 뽑고, 외국선수 조각을 제대로 하면 국내선수 개편에 따라 얼마든지 다음 시즌 재도약할 가능성이 있다. 슈터 변기훈의 경우 비 시즌 문 감독의 혹독한 트레이닝이 예고됐다. 다음 시즌 말미에는 건실한 빅맨 최부경도 돌아온다.

가장 중요한 건 SK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처절한 반성이다. SK의 올 시즌 선수단 개편은 완벽한 실패로 귀결됐다. 그렇다면 올 시즌은 왜 실패했고, 앞으로 어떻게 건강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지에 대해 비 시즌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 단순히 선수 1~2명을 바꾸고 말고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SK는 다시 기로에 섰다.

[SK 선수들(위), 문경은 감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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