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정규시즌 4연패, 여자농구에 던진 화두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리은행은 정규시즌 4연패를 일궈냈다.

7일 KB에 승리, 설 연휴에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역대 최소경기(28경기) 우승이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2위 KEB하나은행에 무려 8.5경기 앞섰다. 그만큼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다. 위성우 감독의 지도력으로 만들어진 끈끈한 조직력, 철저한 시즌 준비가 일궈낸 결과다.

우리은행의 정규시즌 4연패는 통합 6연패를 자랑하는 신한은행 왕조 못지 않은 성과다. 더구나 매 시즌 외국선수 2명을 새롭게 선발하는 WKBL 시스템을 감안하면 우리은행의 정상 수성은 의미가 크다.

▲시스템 구축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은행은 실제로 2~3위 팀들을 8.5~10경기 앞설 정도로 전력이 압도적일까. 위성우 감독은 물론, 많은 농구관계자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한다. 우리은행 주축 멤버는 박혜진, 이승아, 임영희, 양지희, 이은혜, 김단비, 쉐키나 스트릭렌, 사샤 굿렛이다. 여자프로농구 모든 팀이 그렇지만, 우리은행은 특히 실전 가용인력이 적다. 강영숙이 은퇴했고, 박언주가 발목 부상으로 개점 휴업 상태다. 부상 후유증이 있는 이승아도 시즌 중반까지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소수정예부대의 경기력은 기복이 거의 없다. 시즌 중반 이후 다른 팀들보다 월등한 체력을 자랑한다. 일단 비 시즌 체력훈련이 많다. 위 감독 부임 후 서서히 줄여나갔지만, 여전히 다른 팀들에 비해선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후유증을 겪는 선수가 많지 않다. 오히려 부상자는 다른 팀에 더 많다. 한 관계자는 "그만큼 트레이닝 파트에서 선수 개개인 몸 관리를 철저히 한다"라고 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탄탄한 공수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유의 존 프레스 트랩 디펜스는 물론, 승부처에서 활용하는 공격 패턴의 숙련도는 리그 최상위급이다. 여자농구 현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위 감독과 전주원, 박성배 코치의 공로가 크다. 박혜진, 이승아, 임영희, 양지희는 개인별로 부침도 있고 기복도 있다. 박혜진은 올 시즌 공격가담이 줄었고, 이승아와 양지희는 잔부상이 있다. 임영희는 적은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개인별 약점과 위협요소를 시스템 농구가 절묘하게 극복해낸다. 또한, 매 시즌 다른 특성을 지닌 외국선수들이 입단하지만, 굳건한 시스템 속에서 약간의 변형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그리고 위 감독이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시스템의 힘을 극대화한다.

현재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탄탄한 공수 시스템을 갖춘 팀은 없다. 하나은행이 혼혈선수 첼시 리 위주의 시스템을 다져나가고 있는 실정이고, 삼성생명도 이미선의 활용도를 낮추고 국내선수들 위주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4시즌을 거치면서 시스템을 다져온 우리은행과는 내구성에 차이가 있다. 신한은행, KB, KDB생명의 경우 갖가지 이유로 확고한 공수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철저한 시즌준비

우리은행의 올 시즌 준비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위성우 감독이 3년 연속 비 시즌에 팀을 이탈했다. 3년을 보내면서 만들어온 시스템의 힘이 빛났지만,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부분에선 불안정성도 안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은행의 올 시즌 준비과정은 돋보였다. 지난 시즌부터 발목이 좋지 않았던 이승아는 비 시즌 거의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위 감독은 대표팀을 챙기면서 틈틈이 우리은행도 지휘했다. 예를 들어 대표팀이 우리은행 장위동 체육관에서 합숙 훈련할 때, 팀을 이끌었던 박성배 코치와 긴밀히 소통하는 방식.

그래서 탄생한 결과물이 이은혜다. 위 감독은 정규시즌 4연패 달성 직후 이은혜의 수훈을 높게 평가했다. 이은혜는 지난 시즌부터 출전시간을 늘려왔고, 올 시즌에는 주전급 식스맨으로 거듭났다. 시즌 초반 이승아가 거의 뛸 수 없을 때 주전 가드 역할을 소화했다. 위 감독은 신장이 작고 슈팅능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근성있는 수비와 스피드를 지닌 이은혜를 일찌감치 주목했다. 비 시즌 이은혜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우리은행 특유의 공수 시스템에 적응시켜왔다. 그 결과 이은혜는 주력 멤버로 입지를 굳혔다. 동시에 이승아에게 실전감각과 경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줄 수 있었다. (우리은행의 탄탄한 시스템 속에서 이은혜의 성장도 가능했다)

우리은행이 한국여자농구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철저한 시스템 구축과 리스크 파악 및 준비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지극히 프로다운 행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나머지 5개 구단은 모두 조금씩 부족하다.(지금 평가하기 어려운 팀들도 있다) 각자의 이유와 사정도 있지만, 과정과 결과가 말해준다. 우리은행의 정규시즌 4연패는 절대 운 혹은 요행수로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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