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월드컵 개최 카타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가 축구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가능성과 함께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카타르는 논란 끝에 지난 2010년 12월 2002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다. 카타르의 개최로 인해 2022 월드컵은 사상 최초로 중동에서 열리게 됐다. 중동 특유의 기후로 인해 대회기간부터 논란이 있었고 2022 월드컵 개최지 결정 과정에서 비리 의혹도 있었다.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에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FIFA는 지난해 6월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권 박탈은 근거가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카타르의 월드컵 준비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 오일머니를 통한 인프라 구축

카타르의 경기장 건설은 겉으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카타르 도하에는 10개 이상의 축구전용구장이 있지만 규모가 작고 노후화되어 있어 월드컵 경기를 치르기에는 규모가 작다. 때문에 카타르는 월드컵 경기가 열릴 12개 경기장 대부분이 신축에 들어간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개막식과 2011 아시안컵 결승전이 열렸던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스타디움은 월드컵에 맞춰 증축 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

카타르는 오일머니를 앞세워 최신식 경기장을 마련해 나가고 있지만 경기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 들의 인권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월드컵를 위한 카타르의 인프라 건설에 180여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동원됐지만 이들은 낮은 임금과 열약한 근로 환경 등으로 인해 죽음의 위험으로 내몰리고 있다. 또한 카타르는 월드컵 개막에 맞춰 지하철 개통을 추진하고 있는 등 도하 시내 곳곳에는 각종 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 월드컵과는 거리있는 사회분위기

월드컵 개최를 6년 앞둔 카타르는 인프라 구축은 돈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그외의 문제들에 대해선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월드컵을 유치한 상황에서도 축구 열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카타르가 개최한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경기는 매경기 관중 3000명이 넘는 경기를 찾기가 어려웠다. 홈팀 카타르의 경기에선 1만명 남짓한 관중이 몰렸지만 카타르의 올림픽 본선행 여부가 걸렸던 이라크와의 AFC U-23 챔피언십 3·4위전에서도 경기장 곳곳에 빈자리가 있었다. 카타르는 프로축구 1부리그인 카타르스타리그 경기 뿐만 아니라 카타르 올림픽팀의 경기에서도 동원된 관중이 대다수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연장 승부가 펼쳐졌던 카타르와 이라크의 3·4위전에서 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수많은 인파가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모습이 드러났다.

카타르의 사회 분위기 역시 월드컵과 거리가 있다. 카타르에 거주하는 80% 가량의 인구는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건너온 외국인 노동자다. 이들은 건설 노동자, 운전 기사, 청소부 등으로 일하며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부담인 이들에게 월드컵은 다른나라 이야기다.

인도 네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 건너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축구보단 크리켓에 더욱 큰 관심을 보인다. 카타르 국적을 가진 소수의 카타르인들이 자국 축구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카타르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월드컵에 관심이 없다. 월드컵 개최가 예정되어 있는 카타르 도하 시내에선 월드컵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든 대신 각종 공사 현장만 목격할 수 있다.

▲투자와 비례하지 않는 대표팀 경기력

카타르 각급 대표팀의 경기력 역시 투자 만큼의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카타르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행을 확정했지만 지난해 아시안컵에서 8강에 그치는 등 아시아무대서 경쟁력을 드러내는데 한계를 보였다. 특히 카타르가 의욕적으로 준비했던 U-23 대표팀은 2016 리우올림픽 본선행에 실패했다. 2022 월드컵을 대비한 대표팀 전력 강화에도 제동이 걸렸다.

카타르의 대표팀 경기력 강화 목표를 위한 중심에는 카타르 정부 소유의 아스파이어 재단이 있다. 아스파이어 재단은 벨기에 2부리그 클럽 유펜을 인수해 카타르의 유망주들이 유럽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있다. 또한 스페인 3부리그 컬추럴 등도 카타르 선수들의 유럽행 전진 기지로 삼고 있다. 한국과 AFC U-23 챔피언십 4강에서 대결했던 카타르 대표팀에서 아피프 등 대부분 선수들이 아스파이어 재단이 육성한 자원들이다. 카타르 대표팀의 공격수 소리아를 시작으로 해외 유망주들의 귀화 정책도 꾸준하게 지속되고 있지만 대표팀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카타르서 아스파이어 재단 등을 둘러본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축구에선 팀을 위한 플레이가 나와야 하는데 카타르 대표팀은 어려운 상황에선 그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다. 카타르는 축구에서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도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카타르는 리우올림픽 본선행과 함께 카타르 성인대표팀 전력 상승을 노렸지만 AFC U-23 챔피언십에서 경기력 한계를 드러내며 올림픽 예선 탈락과 함께 쓸쓸하게 대회를 마감해야 했다. 카타르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 경험이 없는 국가가 월드컵을 유치하는 사례가 된다.

[리우올림픽 본선행에 실패한 카타르 대표팀(위) 카타르 월드컵경기장 건설현장의 노동자(아래). 사진 = AFPBBNews]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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