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은' 이대호, 그래서 더 무섭다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고동현 기자] "다시 내려왔기 때문에 더 홀가분하다"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는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에 앞서 4일 시애틀 매리너스는 "이대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입할 경우 최대 400만 달러(약 48억원)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O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모두 정상급 활약을 펼친 이대호는 지난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다. 그동안의 성과는 기존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들의 그것보다 오히려 뛰어났지만 체중과 나이, 포지션 문제 등으로 인해 이대호라는 이름값에는 걸맞지 않은 계약을 맺지 못하고 돌아왔다.

주위 사람들이나 팬들도 그렇지만 이대호 본인도 계약 내용에 완벽히 만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이대호는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다시 밑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느냐는 물음에 "부담은 없다. 다시 내려왔기 때문에 더 홀가분하다"며 "위에 있으면 좋은 성적 내야 한다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열심히 하면 올라갈 수 있는 모습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너 계약에 대한 질문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메이저리그 25인)로스터에 들지 못한다면 다 마이너다. 못하면 마이너 계약이고 개막 로스터 든다면 메이저 계약이다.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리면 될 것 같다. 안 좋게 보시는데 잘하면 될 것 같다. 경쟁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면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대호는 계약할 때 상황과 관련해 "지명타자는 좋은 선수(넬슨 크루즈)가 있다는 것 알고 있다. 팀에서 1루수 경쟁해야 한다고 했고 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한 뒤 "사실 다년계약을 원했다. 하지만 잘해서 보여주면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1년 동안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추신수와 관련된 대답 역시 연장선상에 있었다. 어릴적 친구인 추신수와 드디어 같은 공간에서 야구를 하게 됐다는 질문에 그는 "(추)신수는 최고 위치에 있는 선수고 나는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따라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한국과 일본에서 슈퍼스타였던 이대호. 하지만 미국에 진출하는 이대호에게 거만함은 없었다.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이대호이기에 올시즌이 더욱 기대된다.

[이대호.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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