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현실' 이대호 계약 발표, 김현수 때와 180도 달랐다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이제는 이대호 자신이 보여줄 수 밖에 없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는 4일(이하 한국시각) "한국 출신의 1루수 이대호와 포수 스티브 레루드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이어 스프링캠프에 초청한다고 덧붙였다.

이대호는 지난해 재팬시리즈가 끝난 뒤 귀국하자마자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그 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대호만 보면 프리미어12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활약하며 대표팀의 우승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대호와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선수들의 행선지도 속속 정해졌다. 박병호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네소타 트윈스 유니폼을 입게 됐으며 완전한 자유계약 선수였던 김현수와 오승환은 각각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향했다.

반면 이대호는 1월이 다 지나갈 때까지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전 소속팀이던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그에게 끝까지 러브콜을 보냈지만 미국행에 대한 열망을 막지는 못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계약이 늦어질 수록 불리한 쪽은 선수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대호는 시애틀과 메이저가 아닌 마이너 계약을 맺는 데 만족해야 했다.

마이너 계약으로 인해 겉으로 드러나는 구단의 대우도 박병호는 물론이고 김현수, 오승환과도 달랐다. 이날 시애틀은 이대호의 계약 소식을 단독으로 전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출장이 9경기에 불과한 포수 스티브 레루드와 묶어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직후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둘러 보는 사진을 여러장 찍어서 발표한 볼티모어, 선수의 애매한 상황 속에서도 입단식까지 치른 세인트루이스의 그것과는 비교될 수 밖에 없었다.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 무대에서 메이저리그로 향한 다른 선수들을 뛰어 넘거나 결코 떨어지지 않는 업적을 쌓았다. 아쉬움 속에 미국 생활을 시작하게 된 이대호가 실력으로 이 상황을 180도 돌릴 수 있을까.

[이대호.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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