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랑 손잡고 춤이라도 출 걸 그랬네 [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f(x) 멤버 엠버는 기자들에게 "지켜보겠다"고 경고했었다.

농담인 줄 알았다. 참말이더라. 콘서트 도중 엠버는 루나와 함께 2층 객석까지 올라왔다. 잔뜩 상기된 얼굴로 팬들과 뒤섞여 노래하고 춤추더니 점점 발걸음을 옮겼다. '설마?' 맞다. 이쪽이었다. 기자들이 잔뜩 모여 앉은 자리.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 같았다. 다른 쪽으로 갈 생각 따위 없어 보였다. 거침없이 저벅저벅. 엠버와 루나는 기자들 코앞에서 한껏 고무된 채 노래하며 '어서 빨리 일어나 춤추지 않고 뭐하냐'는 손짓으로 재촉했다. 관객들이 다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 민망함에 어색한 미소로 고개를 푹 숙였다.

데뷔 7년 만에 연 f(x) 첫 단독 콘서트였다. 공연 직전 기자회견에서 엠버는 "기자 분들도 공연 보러 왔잖아요" 했다. '헤헤' 웃는 얼굴로 "진짜 신날 때는 카메라 다 내려놓고 저희랑 같이 뛰어야 해요. 일하는 건 생각하지 마요. 지켜볼 거예요" 했었다.

왠지 엠버와 함께 춤추지 못한 게 미안했다. 얼마나 대단한 기사를 쓰겠다고 그 시선을 외면했을까. 그렇게 아이 같이 신난 엠버와 루나의 얼굴은 처음이었다. 차라리 그때 일어나 손이라도 좌우로 흔들어 볼 걸.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공연에선 서른 다섯 곡이 쉴 틈 없이 쏟아졌다. 빅토리아, 엠버, 루나, 크리스탈은 모든 걸 내려놓고 관객들과 뛰놀았다. 7년을 기다린 팬들은 목청이 찢어져라 노래를 따라 부르고 미친듯이 뛰어올랐다.

발라드곡 '쏘리'는 나온 지 6년이나 됐지만 관객들 앞에서 처음 선보인 무대였다. 해 줄 말이 '미안하다'는 말 밖에 없다는 노래다. 루나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막내 크리스탈도 울컥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크리스탈의 그런 얼굴은 처음이었다. 애타게 부르짖으며 감정을 주체 못하는 듯한 얼굴. 크리스탈의 절절한 노래에 그때는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음악방송은 어떤 아이돌 가수든 빈틈 없이 완벽한 무대들뿐이다. '사전 녹화'란 제도가 있다. 같은 곡을 여러 번 불러서 가장 예쁘고 멋있는 장면만 짜깁기해 내보내면 손짓 하나, 표정 하나도 사전에 숱하게 연습한대로 완벽하다.

콘서트는 다르다. 이리저리 정신 없이 뛰어다니며 관객들과 함께 손도 잡고 춤도 추고, 엉엉 우느라 음이 흔들려도 그게 콘서트다. 실수해도 괜히 정겹다. 노래를 큰 목소리로 따라 부르느라 정작 가수의 목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을 때가 있지만, 그게 콘서트다. 한 노래를 함께 부르고, 또 함께 춤추며 하나가 된 듯한 감정. 그게 노래의 힘이다.

엠버의 재촉에 못 이기는 척 일어나 춤추지 못한 게 아쉽다. 7년 만에 처음 한 콘서트에 가서는 정작 가장 중요한 감정을 놓치고 온 셈이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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