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무한도전', 사과문에 알맹이는 쏙 빠졌다 [이승록의 나침반]

'무도' 박명수, 굳이 거짓 연기할 필요 있었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불만제로' 특집이 '불만폭발' 특집이 돼 버렸다.

MBC '무한도전'에서 개그맨 박명수가 찾은 가발 업체가 알고 보니 박명수의 동생이 운영하는 업체란 사실이 드러났다.

박명수는 사과문에서 "동생이 2012년 홀로 설립한 회사로 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라는 짧은 생각에 섭외가 용이한 촬영 장소로만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동생이 설립하고 가발 업체명에는 박명수의 이름이 등장하며, 홈페이지에 박명수의 인사말이 적혀 있는 데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명수는 "홍보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 못했다"고 했다. 제작진도 "가발 매장을 홍보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무한도전'은 '국민 예능'으로 불린다. 2015년 예능 연간 시청률 1위다. 홍보 효과를 예상 못했다는 해명도 선뜻 납득할 수 없다. '무한도전'에선 멤버들이 무언가 먹는 장면만 나와도 해당 가게로 삽시간에 관심이 쏠린단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정작 시청자들이 배신감을 느낀 진짜 이유에 대한 해명이 없었단 점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지 박명수가 자신과 관련된 가발 업체를 방송에 등장시켰기 때문이 아니다.

마치 자신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해당 매장을 찾아 이미 일면식이 있던 가발 전문가와도 생면부지인 듯 거짓 연기를 했다는 데에서 배신감이 터진 것이다.

박명수와 제작진이 굳이 왜 이런 거짓 연기를 연출했는지는 의문이다. '무한도전'은 그동안 민감한 이슈에 휘말려도 시청자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소통하는 방식을 택해 지금까지 '국민 예능'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가발 홍보 논란은 전혀 '무한도전'답지 못했다. 차라리 박명수의 동생이 설립한 가발 회사라고 공개하고, 가발 전문가와도 구면이란 사실을 방송에서 떳떳이 밝혔다면 지금처럼 배신감을 느끼진 않았을 것이다.

가뜩이나 드라마, 예능을 막론하고 과도한 간접광고(PPL)에 지친 시청자들이다. '무한도전'이 '국민 예능'이라면 시청자들에게 그 수식어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논란이 된 가발 업체 홈페이지-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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