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군] 명태 몸에 겨울을 담다, 인제 황태

겨울이면 강원도 산골에 명태가 걸린다. 봄바람이 불 때까지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마른다. 다 마르면 황태가 된다.

황태는 '살이 노란 명태'다. 노랑태라고도 한다. 원래 황태는 함경도 원산의 특산물이었다. 겨울이면 원산 앞바다에서 명태가 많이 잡혔다. 강원도에서도 많이 잡혔다. 명태가 많이 나는 지역에서는 다들 밖에서 명태를 말렸다. 이렇게 말린 명태를 북어라 한다. 그런데 원산의 북어는 달랐다. 바싹 마르는 여느 북어와 달리 명태의 몸이 두툼하게 유지되면서 살이 노랗게 변했다. 밤이면 섭씨 영하 20도 아래의 추운 날씨에 꽁꽁 얼었다가 역시 영하권이지만 낮에는 햇볕을 받아 살짝 녹으면서 물기가 증발해 독특한 북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전쟁이후 원산 출신들이 강원도에서 이 황태를 재현했다.

그 원산 황태와 가장 가까운 맛을 내는 지역이 인제군 북면 용대리다. 용대리는 46번 국도를 타고 가다 백담사 오르는 길 즈음부터 진부령과 미시령이 갈라지는 삼거리 바로 뒤쪽까지다. 깊은 산의 골을 끼고있어 겨울이면 혹한에 휩싸인다. 이 마을에 명태가 걸리게 된 것은 원산 출신 김상용 씨 덕이라고 한다. 그가 원산의 겨울 날씨와 가장 비슷한 지역을 찾다가 이 마을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덕에 명태를 거는 시기는 12월 중순이다. 그 즈음 무조건 거는 것은 아니다. 영하 15도쯤 내려가야 하므로 기온이 맞지 않으면 뒤로 미룬다. 명태를 덕에 걸면 얼였다 녹았다 하며 말라야 하는데 겨울 날끼가 삼한사온을 잊은 지 오래다. 겨울이 따뜻하면 황태가 바싹 마르고 검은빛을 띄어 하품이 된다. 늦은 겨울에 비라도 오면 크게 망친다. 용대리 사람들은 황태 말리는 일을 하늘과 사람이 7대 3으로 하는 동업이라고 말한다.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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