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LG는 '상남자' 이상훈을 만난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야생마'란 별명 답게 그의 말은 거침이 없었고 솔직담백했다.

8일 잠실구장에서는 LG의 코칭스태프로 합류한 이상훈 코치가 기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현역 시절의 긴 머리는 아니었지만 짧은 머리도 잘 어울렸다.

이상훈 코치는 이제 LG가 신설한 피칭 아카데미의 원장으로 부임해 투수 유망주들을 키우는데 앞장 선다. 농담처럼 한 "1년 동안 나를 볼일이 없을 것이다"는 그의 말은 그만큼 LG 유망주 육성에 전념하겠다는 뜻이었다.

"주로 신인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으로 들었다. 고교, 대학교를 졸업한 신인 선수와 기존 2군 선수 중 1~2명이 포함될 것으로 알고 있다. 갓 들어온 선수가 1군에 올라가는 것을 3년으로 보고 있다. 선수를 만든다는 얘기가 있지만 선수와 같이하는 것이다. 선수의 능력을 끄집어내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다"

이렇게 자신의 역할을 소개한 이상훈 코치는 LG 트윈스란 팀에 대한 애정도 보였다.

"내가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팀이다. 말 그대로 LG에서 녹을 먹은 사람이다. 가장 애착이 간다. LG 경기를 많이 보게 되고 옛날 같은 분위기로 잘 했으면 하는 기억들이 있다. LG는 서울을 연고로 하고 잠실야구장을 쓴다. 관심이 많은 팀이다. LG라는 팀이 조금만 성적이 좋으면 더 배가될 수 있는 팀인데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 밖에서 봤을 때는 아쉬움이 굉장히 컸다. 앞으로 잘 할 것이다"

이상훈 코치는 '상남자'였다. LG에는 유망주로 불리는 선수들이 많다. 이들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그는 "부담은 없다"라고 말했다. "못 하면 잘리면 된다. 구단에서 평가해서 내가 필요없다고 하면 잘리면 된다. 원하는 곳이 없으면 알아서 살면 되는 것이다. 그만큼 후회 없이 할 것이다. 그건 내 책임이다"라고 말하는 야구인은 이상훈 코치가 처음인 듯 하다.

구체적인 목표에 대해서도 그의 스타일로 말했다.

"1993년에 입단해서 신인왕을 하겠다고 얘기한 적도 없고 1994년에 우승하면서 우승하겠다고 말한 적도 없고 20승을 하면서도 20승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도 없다. 정말 나는 자연스럽게 물 흐르는 대로 살고 싶고 그 하루하루를 내 모든 것을 소진하면서 살면 누가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 후회만 하지 않으면 된다"

'상남자' 이상훈 코치는 이제 LG 선수단에 합류해 지도에 나선다. 현역 시절에 썼던 배번 47번을 그대로 받았다. 지난 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지만 이상훈이 떠난 이후 내리막길을 자주 걷던 LG이기에 과연 이상훈 코치가 합류한 LG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벌써부터 흥미롭다. 말 한마디에도 에너지가 넘친 그가 LG가 '신바람'을 다시 일으킬 계기를 만들어줄까.

[이상훈 코치. 사진 = LG 트윈스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