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노홍철보다 시즌제가 필요하다 [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무한도전'은 시즌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유일한 해답이다.

노홍철이 있든 없든 '무한도전'은 굴러간다. 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굴러가는 소리가 지금보다 활기차거나 시끌벅적하고 요란스러울 수는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노홍철이든 길이든, 지치지도 않고 반복되는 '무한도전'의 '위기설'은 그들이 끊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위험하다. 노홍철이나 길이 복귀한 후에도 재차 '위기설'이 나타나면 그 비판의 화살은 이들에게 쏟아질 게 뻔하다. 복귀를 결정하고 수용한 제작진과 다른 멤버들도 덩달아 비판 받게 된다.

애당초 멤버 한, 두 명의 힘으로 극복 가능한 '위기설'이 아니다. '위기설'의 실체는 따로 있다.

'무한도전'의 핵심은 기획이다. 누가 타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굴러가느냐가 중요하다. 운전대를 잡은 게 김태호 PD다. 먼저 기발한 기획이 세워지고, 그 안에서 캐릭터가 뛰어 놀며 감동이든 웃음이든 만들어져 왔다.

'위기설'은 '무한도전'이 휴식 없이 너무 오랫동안 달려온 탓이 크다. 무려 10년이다. 그것도 매주 다른 기획을 선보이며 10년이다. '무한도전'은 갈 수 있는 곳을 이미 웬만큼 다 지나쳐버렸다.

'초심'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까닭이다. 추격전은 주제를 바꿔도 비슷하게 느껴지고, 가요제가 매번 규모만 커지는 것 같고, 어떤 종목에 도전해도 조금은 식상한 기분이 드는 게 당연하다.

맨 처음 이런 기획들이 나왔을 때만큼 재미나 감동을 재현하기란 어렵다. 기획이 반복될수록 자극이 약해진 셈이다. 혁신적인 기획만이 '무한도전'의 '위기설'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다행인 건 여전히 김태호 PD가 '무한도전'을 몰고 가고 싶은 곳이 많다는 점이다.

'무한상사' 시트콤 제작이나 '무한도전'만의 고정 라디오 프로그램, '무한도전' 극장 상영, 시청자들과 함께하는 '무한도전' 게임 등 김태호 PD의 구상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여유가 없다. 달리는 차를 멈추고 어디로 갈지 시간을 갖고 차분히 길을 좀 살펴야 하는데, 지금처럼 매주 새로운 기획을 내놓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주행으로는 안전한 길 또는 익숙한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시즌제가 열쇠다. 충분히 힘을 모아 더 멀리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장기적으로 '무한도전'이 더 오래갈 수 있는 길이다. 앞으로도 계속 매주 쉬지 않고 달리기만 한다면 결국 멤버들이나 제작진 중 누군가는 차를 멈추고 내리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MBC의 결단이 필요하다. 시즌제의 효과는 tvN 인기 예능들이 이미 입증해줬다. '무한도전'이 잠시 멈추는 걸 두려워하다가는 잠깐이 아닌 영원한 휴식기를 맞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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