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행진' 신보라·박광선 "첫 뮤지컬, 서로가 비빌 언덕" [MD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개그우먼 신보라와 가수 박광선이 뮤지컬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던 이들이 또 다른 분야에서 마주하게 된 것. 뮤지컬 '젊음의 행진'을 통해 만난 두 사람은 새로운 도전 앞에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배금택의 인기만화 '영심이'를 원작으로 해 80~90년대 최고의 인기 쇼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을 바탕으로 제작된 창작 뮤지컬이다. 어느덧 서른다섯 살이 된 주인공 영심이가 '젊음의 행진' 콘서트를 준비하던 중 학창시절 친구 왕경태를 만나 추억을 떠올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관객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극중 신보라는 천방지축, 실수투성이 왈가닥 오영심 역, 박광선은 영심이를 짝사랑하는 순정남 왕경태 역을 맡았다. 첫공연을 올리고 어느 정도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이제 서로의 눈빛만 봐도 의지가 되는 한 팀으로 거듭났다.

신보라는 박광선에 대해 "비빌 언덕이었다"고 표현했다. 첫 뮤지컬 도전, 자신을 안 좋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른 매체를 통해 노출됐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에 비해 쉽게 기회를 얻는 것이라는 시선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더 떳떳하게 준비하고 싶었다. "열심히 준비했습니다"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으로 무대에 서려 했다.

"저도 그렇고 (박)광선이도 그렇고 첫 뮤지컬이다 보니 걱정이 많았죠. 그래서 아무래도 서로 의지가 많이 됐어요. 서로의 상황을 많이 알고 심리적인 상태도 서로 잘 아니까. 그리고 데뷔년도가 비슷하더라고요. 저는 2010년, 광선이는 2011년. 뮤지컬에 임하는 자세나 이런 것들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서로 힘이 많이 되니 같이 열심히 했죠."(신보라)

신보라, 박광선은 뮤지컬 연습 중 둘이서만 이야기를 나눴던 때를 떠올렸다. '젊음의 행진'이 힘들기도 하지만 좋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에 또 뮤지컬을 할 건가'라는 질문을 서로에게 던졌다. 신보라는 "우리가 하고싶다고 할 수 있겠니"라고 답했고, 이는 박광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뮤지컬을 계속 하고 싶지만 본인들이 욕심낸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때문에 두 사람은 "어쨌든 지금 이 작품을 열심히 하자. 재밌게 몰입해서 하다 보면 다음에 또 우리의 가능성을 보고 기회를 주실 수도 있을 거다. 그 기회를 얻게 된다면 최선을 다해 보답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후 두 사람은 '젊음의 행진' 연습에 더욱 몰두했다. 그 어느 때보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고, 캐릭터 연구 역시 어려웠지만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서로에게 힘을 얻으며 조금씩 작품과 인물에 다가갔다.

박광선은 "왕경태는 정말 간단하다. 그냥 영심이를 너무 좋아한다. 그게 다다"고 정의했다.

"경태가 영심이를 너무 좋아하니까 어떤 분들은 경태가 약간 스토커 같다는 얘기도 하더라고요. 귀여운 스토커 같아요.(웃음) '아, 내가 그정도로, 스토커 같이 보일 정도로 영심이를 쫓아다니는 느낌이 드는구나' 생각했죠. 그렇게 보여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심이의 일거수일투족에 다 관심이 있고 궁금해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어른이 된 경태가 좀 어렵긴 해요. 스물여섯살이다 보니까 아무리 멋있는척 해도 서른다섯살 연기는 어렵죠. 그래도 찾아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형들이 조언을 많이 해줘요."(박광선)

신보라는 영심이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박광선을 먼저 칭찬했다. 그는 "광선이는 너무 잘한다. 어릴 때 경태의 순수함과 영심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잘 드러난다"며 "경태 캐릭터가 너무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반면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영심이는 되게 복합적어서 힘들다"며 "귀여운 면이 있으면서도 얘가 좋아할 때 새침떼기처럼 굴어야 되면서도 속으로 좋아해야 되고 그게 너무 어렵더라. 스토리가 이어지려면 좋아하는 마음이 보여아 하고, 이런 게 어려운데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이어 연습 에피소드를 물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같은 에피소드를 떠올렸다. 최종 연습 때 시도했던 뽀뽀하는 장면이었다.

"마지막 런스루를 했을 때였어요. 극장 가기 전에 '오늘은 진짜로 뽀뽀를 해보겠다'고 다짐하고 갔죠. 그 전까지는 가짜로 하고 말았거든요. 그래서 정가희 배우님이랑 할 때 기습뽀뽀를 했어요. 성공했죠. '오케이. 다음은 신보라다' 하고 보라 누나랑 할 때도 '영심아' 하면서 다가가는데 갑자기 누나가 피하는 거예요. 다 빵 터졌죠. 또 누나가 말을 할 때 제가 다가가서 뽀뽀를 하는 게 있는데 치아에다 뽀뽀하고 말았죠."(박광선)

"제가 앞니가 좀 커요.. 커가지고.. 아 그런데 연습 때는 너무 놀라서 피했어요."(신보라)

연습 때는 쑥스러워 했지만 막상 무대 위에 선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무한 애정을 퍼붓고 있다. 서로에게 보내는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누나는 항상 너무 좋은게 '무대 위에서 만큼은 널 너무 사랑하겠어'라고 해줘요. '할 수 있어! 화이팅!'이라고 해주는데 공연 전에 누나가 '잇츠 쇼타임!'이라고 해요. 그럼 제가 '예스!'라고 하죠. 서로 에너지를 나누는 거예요."(박광선)

"그래야 더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어요. 물론 연기기는 하지만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거니까. 어릴 때는 좋아하지만 부끄러워 새침떼기가 되지만 마지막에 마음을 확인했을 때는 또 달라지죠. 그때 그때 감정에 집중해서 하려고 해요. 광선이에게도 최대한 주려고 하죠. 억지로 감정을 내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게끔 하는 거죠."(신보라)

서로가 에너지를 나누는 만큼 관객들과도 그 에너지를 나누고 싶은 것이 두 배우의 바람. 신보라는 "'젊음의 행진'을 보고 뭔가가 떠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박광선은 "모든 사람들이 교감할 수 있는 뮤지컬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을 이 자리를 빌어 전해 달라고 했다.

박광선은 "보라 누나가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열었다. "보라 누나가 겉은 되게 말랐지만 내면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이 느껴져요. 그게 다른 사람에게 거부감을 주는 게 아니라 너무 좋은 강함이죠. 단단하다는 표현이 좋은 것 같아요. 근데 그래서 오히려 체력적인 티가 안나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누나가 단단하게, 멋지게 잘 하니까 왠지 내가 모르는 약함이 있을 것 같더라고요. 요즘 제 인생 핫키워드가 건강이라서 보라 누나도 좀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다른건 다 좋아요. 너무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 거라 믿어요."(박광선)

"저는 광선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무대 위에서 행복하고 무대 밑에서도 행복하려면 당연히 건강해야겠죠? 또 주변에 좋은 사람도 있어야 되고, 가족분들도 다들 건강하셔야 되고. 어쨌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같이 무대 하는 동안에는 제가 행복해지는데 도움을 줄테니 몸도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시간 140분. 2016년 1월 10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 문의 1666-8662

[뮤지컬 '젊음의 행진' 신보라, 박광선. 사진 = PMC프러덕션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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