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아자르, 정말 10번이 될 수 없을까?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에당 아자르는 10번(공격형 미드필더)이 될 수 없을까? 이 질문에 주제 무리뉴 감독은 단호하게 “No”라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화이트 하트레인 원정에서 아자르는 가짜9번(폴스나인)의 위치에서 10번과 같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수비력에 대한 지적을 받았던 아자르가 후반에 자신의 패스가 끊기자 카일 워커를 50m 가까이 쫓아간 장면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포메이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경고누적으로 빠진 델리 알리의 빈 자리를 라이언 메이슨으로 메웠다. 하지만 포메이션 변화는 불가피했다. 기존의 4-2-3-1에서 변칙적인 4-3-2-1로 바뀌었다. 메이슨은 기본적으로 우측에 섰지만 중앙에 치우친 모습을 보였고 손흥민과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상대 포백 수비 앞에서 좌우로 폭넓게 움직였다. 포체티노는 후반에 부상을 당한 메이슨 대신 에릭 라멜라를 투입하고 손흥민을 빼고 클린튼 은지를 내보냈지만 경기를 바꾸진 못했다.

무리뉴 감독은 깜짝 카드를 꺼냈다. 디에고 코스타를 벤치로 내리고 아자르를 9번(공격수) 자리에 배치했다. 제로톱 혹은 폴스나인 전술로 불리는 변화였다. 좌우 측면에는 역습에 능한 페드로와 윌리안이 포진했고 10번 자리에는 무리뉴가 좋아하는 오스카가 자리했다.

작고 빠른 선수들을 전방에 배치한 무리뉴 감독은 라인을 내린 뒤 역습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이 있었지만 실제로 상대 골문으로 향한 유효슈팅은 단 1개에 그쳤다. 그럼에도 무리뉴는 코스타를 끝내 교체 투입하지 않으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전반전

예상대로 토트넘이 공을 점유했다. 전반전 패스 숫자가 첼시보다 2배 많았다. 그러나 토트넘은 상대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8차례 박스 안으로 패스가 연결됐지만 6번이 끊기거나 상대에게 빼앗겼다. 또한 코너킥을 포함한 12번의 크로스도 3개 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첼시도 마찬가지였다. 빠른 역습으로 3차례 슈팅 기회를 잡았지만 모두 골문을 벗어났다.

#손흥민

그 중에서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전반 26분 손흥민의 헤딩 찬스였다. 측면으로 이동한 해리 케인이 빠르고 강한 크로스를 올렸고 손흥민이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의 시선을 벗어나 완벽한 기회를 잡았지만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그리고 결정적 기회를 놓친 손흥민에게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선발 선수 중 가장 낮은 평점 6점을 부여했다. 포체티노는 손흥민과 에릭센을 중앙에 이동시켜 첼시 포백의 간격을 좁힌 뒤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을 이용했다. 하지만 페드로, 윌리안의 수비가담으로 인해 측면에서 우위를 가져가지 못했다. 알리의 부재도 아쉬웠다. 알리는 상대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이 좋다. 포체티노는 알리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손흥민은 측면보다 중앙에 배치했지만 결과적으로 골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아자르

무리뉴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자르가 10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나와 아자르는 10번에 대해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다. 공을 가졌을 때와 갖지 않았을 때 팀에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나에게 10번은 특별한 존재다. 나는 10번이 골을 넣는 것을 원한다. 10번은 언제나 상대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해야 한다. 지난 마카비 원정에서 오스카가 보여준 플레이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10번의 골이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밀란 시절 웨슬리 슈나이더와 포르투 시절 데쿠는 나에게 완벽한 10번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선 메수트 외질이 훌륭했다. 특히 슈나이더는 매우 특별했다. 수비 뿐 만 아니라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가 골도 잘 넣었다. 아자르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자르는 상대 풀백과의 1대1 대결에서 강점을 보인다. 윙어가 더 어울린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아자르는 토트넘전에서 9번이란 낯선 위치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조끼를 집어던진 코스타보다 많이 뛰었고 전후방은 물론 좌우까지 폭넓게 이동했다. 후반 22분 가장 골에 가까웠던 장면도 아자르의 왼발 발리슛이었다. 위치는 9번이었지만 사실상 10번에 가까운 플레이였다. 폴스나인 같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기록상으로 아자르는 무리뉴가 원하는 10번에 부합하진 못했다. 페널티박스 안 침투는 2번에 그쳤다. 그러나 오스카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한 것과 페드로의 슈팅 상황에서도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등 10번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한 가지 더 무리뉴가 지적했던 수비력에 대해서도 아자르는 개선의 여지를 보여줬다. 앞서 언급했지만 공을 빼앗긴 뒤 워커를 끝까지 쫓아가 수비에 가담하는 모습은 이날 경기에서 가장 놀라운 장면이었다.

#후반전

후반에도 경기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포체티노는 첼시 포백 수비의 간격을 벌리기 위해 에릭센을 좀 더 왼쪽으로 이동시키고 메이슨 대신 들어간 라멜라를 우측에 넓게 포진시켰지만 골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후반전 단 2개에 그친 토트넘의 슈팅 숫자가 이를 말해준다.

무리뉴 감독은 “올 시즌 최고의 경기력이었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첼시는 이전보다 많이 뛰었고 수비적으로도 타이트한 간격을 끝까지 유지했다. 윌리안은 무려 8차례나 상대의 공을 빼앗는데 성공했고 파브레가스(6번), 페드로(6번)도 수비에 헌신했다. 태클도 파브레가스(7번), 윌리안(7번)이 가장 많은 기록했다. 반면 토트넘은 올 시즌 두 번째로 적은 활동량(108.4km)을 보여줬다. 4-1 대승을 거뒀던 맨체스터 시티전(121.3km)보다 약 13km나 적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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