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민 잡은 NC, 2001년 애리조나의 기적 재현한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 NC 다이노스가 'FA 최대어' 박석민을 영입한 것은 내년 시즌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야망을 드러낸 것과 다름 없다. 옵션까지 더해 4년 최대 96억원을 지불하는 매머드급 영입이다.

올해 KBO 리그 최고의 3루수로 그간 삼성의 통합 4연패를 이끌었던 주인공인 박석민은 이미 강력한 NC 전력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지난 해 스토브리그에서는 조용한 행보를 보인 NC는 올해 박석민을 영입하면서 필요할 때는 언제나 지갑을 열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필요한 곳에는 반드시 투자가 이뤄진 만큼 NC의 전력은 날로 강해지고 있다. 매년 발전하는 이유다. NC는 1군 첫 해인 2013년 7위로 선전하고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2014년,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룬 올 시즌에 이어 내년에는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게 된다.

마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행보를 보는 듯 하다. 애리조나는 탬파베이 데블레이스(현 탬파베이 레이스)와 함께 1998년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치렀다. 그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무른 애리조나는 1999년 무려 100승을 거두고 창단 첫 지구 우승을 이루는 쾌거를 낳았다. 2000년에는 지구 3위에 그쳐 숨 고르기를 했으나 2001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창단 4시즌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은 애리조나가 처음이었다.

애리조나가 단기간에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역시 아낌 없는 투자가 그 한 몫을 했다.

랜디 존슨, 스티브 핀리, 토드 스토틀마이어 등 굵직굵직한 선수들을 FA 영입했고 국제 시장에도 눈을 돌려 김병현과 에루비엘 두라조를 잡았다. 트레이드 역시 적극적이었다. 루이스 곤잘레스와 토니 워맥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타선을 보강한 것이다. 곤잘레스와 트레이드된 선수는 다름 아닌 카림 가르시아였다. 모두 1999시즌을 앞둔 오프시즌에 일어난 일이었다. 1999시즌 중에는 매트 맨타이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는 승부수도 띄웠다.

2000시즌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커트 실링을 트레이드로 영입, 사상 최강의 원투펀치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애리조나는 2001시즌을 앞두고도 마크 그레이스, 레지 샌더스, 미겔 바티스타 등을 FA 시장에서 획득해 우승을 위한 채비를 갖췄다.

애리조나의 2001년은 아름다웠다. 실링이 22승 6패 평균자책점 2.98, 존슨이 21승 6패 평균자책점 2.49로 공포의 원투펀치를 구성했고 선발과 구원을 오간 미겔 바티스타는 11승 8패 평균자책점 3.36으로 마운드에 보탬이 됐다. 계투진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김병현. 결국 마무리란 보직을 맡은 김병현은 78경기에 나와 98이닝을 던지면서 5승 6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2.94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열었다.

타선은 타율 .325 57홈런 14타점으로 전설이 된 곤잘레스를 필두로 샌더스(.263 33홈런 90타점 14도루), 핀리(.275 14홈런 73타점 11도루), 워맥(.266 3홈런 30타점 28도루), 그레이스(.298 15홈런 78타점), 매트 윌리엄스(.275 16홈런 65타점), 데미언 밀러(.271 13홈런 47타점), 크레이그 카운셀(.275 4홈런 38타점)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냈다. 그해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곤잘레스의 끝내기 안타로 뉴욕 양키스를 극적으로 꺾은 것은 지금도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NC도 내년에는 이런 명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 행보로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NC 역시 FA, 외국인 선수, 신인지명, 특별지명, 트레이드 등 전력 보강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미 NC는 에릭 테임즈, 에릭 해커, 재크 스튜어트 등 외국인 3인방을 눌려 앉혔고 박석민을 영입해 나성범, 테임즈, 이호준과 함께 공포의 중심타선을 구축했다.

올해 전력에서 크게 빠진 것은 11승을 거둔 손민한의 은퇴 정도다. 선발진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운다면 애리조나의 기적처럼 NC도 새 역사를 쓰는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

[박석민의 타격 장면(첫 번째 사진). 2001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랜디 존슨(왼쪽)과 커트 실링(두 번째 사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AFPBBNEWS]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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