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판 할의 공격수는 혼이 비정상이다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제이미 바디의 프리미어리그(EPL) 11경기 연속골을 지켜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분명 부러운 시선을 보냈을 것이다. 자신의 팀에 스트라이커가 없었기 때문이다. 맨유의 레전드이자 영국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게리 네빌도 “아마도 올 시즌 바디를 보는 팀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에겐 이러한 스트라이커가 없다”고 말이다. 어쨌든, 안 그래도 지루한 루이스 판 할은 스리백 3-5-2 시스템을 가동해 ‘핵노잼’을 연출했고 같은 코너킥에서 완전히 다른 판단을 한 카스퍼 슈마이켈은 맨유를 잡을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단연, 최고의 장면은 한 번의 역습을 ‘득점’으로 연결시킨 스트라이커 바디의 11연속골 신기록이었다.

#포메이션

이탈리아 출신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올 시즌 레스터 시티의 주요 시스템이다. 4-4-2는 축구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전술이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전술이기도 하다. 특히나 지금의 레스터 시티에겐 매우 잘 어울리는 포메이션이다. 많이 뛰고 빠른 스트라이커(바디,오카자키 신지)가 있고 수비가담과 개인기를 갖춘 좌우 날개(마크 알브라이튼,리야드 마레즈)를 보유했다. 무엇보다 빠르게 후방에서 전방으로 이어지는 전달의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정확하다.

판 할 감독이 시작부터 스리백을 사용한 건 올 시즌 처음이다. 수비수들의 줄부상이 이유였다. 안토니오 발렌시아, 필 존스, 마르코스 로호의 부재로 정상적인 포백을 가동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레스터 시티 투톱을 의식한 변화이기도 했다. 마테오 다르미안을 왼쪽 풀백에 기용하거나 애슐리 영을 내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 할은 2명의 스트라이커를 막기 위해 3명의 센터백을 배치했다.

#전반전

예상대로 맨유가 경기를 점유했고 레스터는 카운터어택을 노렸다. 맨유는 전반전에만 289개의 패스를 시도했다. 반면 레스터는 143개에 그쳤다. 그럼에도 양 팀의 유효슈팅 숫자는 같았다. 레스터는 슈팅 3개를 시도해 2개가 골문으로 향했고 1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맨유는 6개의 슈팅을 날리고도 유효슈팅 1개에 그쳤다. 그나마 전반 종료직전에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동점골이 터진 건 행운이었다.

#바디

바디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영원이 깨질 것 같지 않았던 루드 판 니스텔루이를 노동자출신 공격수 바디가 뛰어 넘었다. 이날 바디의 기록은 평범했다. 슈팅은 1개였고 공 터치도 18번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바디는 전반 24분 장기인 라인깨기로 맨유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시즌 5골 밖에 넣지 못했던 공격수가 불과 1년 만에 리그 최고 골잡이로 성장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바라보는 영국 현지의 시선은 엇갈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물음표가 서서히 느낌표로 바뀌는 분위기다.

물론 여전히 바디가 빅클럽에서 뛸 만한 정상급 스트라이커이냐는 논쟁은 존재한다. 맨유의 전설적인 골키퍼 피터 슈마이컬은 스카이스포츠에서 “바디가 훌륭한 공격수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맨시티, 아스날, 맨유에 어울리는 공격수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유는 ‘스타일’에 있다. 레스터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올 시즌 역습으로 재미를 보는 팀이다. 지금까지 치른 14경기에서 레스터가 상대보다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건 11라운드 웨스트브롬위치알비온(WBA)전이 유일하다. 50%를 넘긴 것도 9라운드 사우스햄튼전(50%)와 WBA전(53%) 밖에 없다. 어쩌면, 레스터와 유니폼 색깔이 비슷한 첼시가 가장 어울릴 만한 빅클럽 일지도 모른다.

#NO스트라이커

레스터가 스트라이커로 웃었다면, 맨유는 스트라이커 때문에 가슴을 여러 번 쳐야 했다. 한 마디로 이날 맨유에는 스트라이커가 없었다. 스리백을 가동하면서 판 할은 웨인 루니와 앙토니 마샬을 투톱으로 세웠다. 문제는 둘이 완전히 따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원톱과 달리 투톱은 서로간의 연계플레이가 중요하다. 투톱이 벌어지면 두 명의 공격수를 세우는 의미가 없다. 또한 활동량이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한 명이 전방에 있으면 다른 한 명은 빈 공간을 향해 달려야 한다. 그래야 수비를 분산시킬 수 있다. 하지만 루니와 마샬은 그렇지 못했다.

결국 판 할 감독은 후반 23분이 돼서야 루니를 빼고 멤피스 데파이를 투입했다. 하지만 차이는 없었다. 데파이도 마샬과 연계가 부족했고 빈 공간을 활용하는 움직임이 없었다. 경기 후 판 할은 “공격수들이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파고들지 않았다. 루니가 절뚝거려서 교체했지만 안 그래도 공격수를 교체하려 했다. 루니가 괜찮았다면 마샬을 뺏을 것이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는 맨유 스트라이커들이 판 할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일까?

#슈마이켈

경기 스코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선수는 사실 골키퍼 슈마이켈이었다. 전반 24분 바디의 11경기 연속골은 맨유의 코너킥을 잡은 뒤 재빨리 공격을 전개한 슈마이켈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전반 추가시간 실점도 슈마이켈의 실수에 의해서 나왔다는 점이다. 두 코너킥의 상황은 무척 비슷했다. 달레이 블린트가 왼발로 코너킥을 올렸고 골키퍼 1m 앞으로 향했다. 전반 24분에는 슈마이켈이 뛰쳐나와 공을 잡았고, 전반 추가시간에는 뒤로 물러섰다. 덕분에 슈바인슈타이거는 오카자키와의 경합 후 동점골을 터트릴 수 있었다.

#후반전

후반전은 더 지루했다. 맨유는 전반전보다 많은 패스(304개)를 돌렸지만 슈팅 숫자는 전반보다 2개가 부족했고 유효슈팅도 단 1개였다. 심지어 상대 페널티박스 안으로 향하는 패스도 전반전보다 적었다. 레스터가 수비를 더욱 두텁게 내린 탓도 있지만 이것을 계속해서 같은 방법으로 공략한 맨유의 대처도 문제였다. 판 할은 후반전 막판에 한 번쯤은 시도해볼 법 했던 마루앙 펠라이니 카드도 끝내 꺼내지 않았고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이 났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SBS SPORTS 영상캡처]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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