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오리온, 제스퍼 존슨은 '양날의 검'이다

[마이데일리 = 울산 김진성 기자] "양 날의 검이죠."

선두 오리온이 애런 헤인즈 없이 버티는 게 쉽지 않다. 헤인즈는 15일 KCC전서 전태풍과 충돌, 무릎에 부상했다. 결국 오리온은 제스퍼 존슨을 일시대체 외국선수로 영입했다. 존슨은 28일 삼성전과 29일 모비스전을 소화했고, 내달 3일 KT전(부산), 5일 동부전(원주)까지 치르고 이스라엘리그로 떠난다. 현 시점에선 내달 9일 KCC전이 헤인즈의 복귀전.(헤인즈는 현재 정상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복귀전과 별개로 그가 정상적인 경기력을 언제 발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어쨌든 오리온은 헤인즈 없이 2경기를 버텨야 한다. 이후에도 헤인즈의 무릎 상태에 따라 정상적이지 않은 전력으로 몇 경기를 더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헤인즈 부상 후 오리온은 1승3패로 흔들린다. 결국 2위 모비스에 1경기 차로 쫓겼다. 오리온으로선 시즌 최대위기. 일단 존슨과 함께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해야 한다.

▲부족한 게임체력

존슨은 최근 소속팀이 없었다. 23일 입국 당시 130kg에 육박하는 육중한 체구를 자랑했고, 28일 첫 경기 전까지 급격히 다이어트를 해서 몸무게를 다소 떨어뜨렸다. 그러나 여전히 게임체력(경기를 뛸 때 필요한 체력)은 완벽히 올라오지 않았다.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났다. 28일 삼성전, 29일 모비스전 모두 후반전에는 제대로 코트 왕복이 되지 않았다.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삼성과 모비스 모두 얼리오펜스로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추일승 감독이 후반전에 사용할 수 있는 공수 옵션이 줄어들었고, 결국 주말 연전 2연패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모비스전 3쿼터의 경우 존슨마저 빠지면서 아이라 클라크, 커스버트 빅터, 함지훈으로 이어지는 트리플포스트에 무한 미스매치를 안겼다. 이때 점수차가 급격히 벌어졌고, 승부도 갈렸다.

물론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수 있다. 추일승 감독은 "다음 경기(3일 KT전)는 많이 좋아질 것이다"라고 했다. 2경기를 뛰었기 때문에 몸은 풀렸다고 보면 된다. 일단 40분을 제대로 뛸 수 있다면 오리온으로선 한 숨을 돌린다.

▲공격 효율성은 좋다

존슨은 애런 헤인즈와는 달리 주요 공격지점이 외곽이다. 국내 장신 포워드들과 동선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추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았다. 실제 존슨은 과거 KT, SK, 삼성 시절에도 탁월한 패스능력을 자랑했다. 스크린을 타고 컷하는 국내선수들의 움직임을 잘 봐주기로 유명했고, 다른 외국선수들의 플레이를 돕는 것도 능했다.

실제 존슨의 공격센스는 돋보였다. 외곽에서 빠른 볼 처리가 돋보였고, 골밑에서 이승현, 장재석과의 순간적인 공간 창출 및 호흡도 나쁘지 않았다. KBL 경험이 풍부해서 KBL 특유의 복잡한 수비를 크게 어려워하지 않았다. 때문에 존슨이 가세했다고 해서 오리온의 공격작업이 정체되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오리온은 헤인즈가 없어도 190cm이 넘는 장신자가 많아서 여전히 미스매치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데, 상대가 골밑의 이승현 혹은 장재석이나 외곽의 문태종에게 순간적으로 도움수비를 들어가거나 스크린에 걸려 스위치를 할 때 발생하는 미스매치를 놓치지 않았다. 특유의 부드러운 외곽 슛 터치는 여전했다.

▲문제는 수비

걱정스러운 건 수비다. 아무래도 존슨은 수비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 수비 범위가 좁고, 외곽수비력이 떨어진다. 그동안 오리온 골밑 수비는 이승현과 헤인즈의 절묘한 호흡이 돋보였다. 이승현이 상대 외국센터를 맡으면 헤인즈가 풍부한 KBL 경험을 앞세워 적절히 도움수비를 했다. 힘이 좋고 버텨내는 능력이 좋은 이승현, 파워는 떨어지지만 순간적인 센스가 좋은 헤인즈가 빚어낸 최상의 효과. 그러나 존슨이 뛸 때 이런 점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피곤한 이승현에게 상대 외국선수 수비 부담이 컸다. 추 감독은 "존슨의 수비 폭이 좁아 내, 외곽 커버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라고 했다. 스크린플레이를 잘하는 모비스의 경우 이런 점을 놓치지 않았고, 많은 미드레인지 슛 찬스를 만들었다. KT와 동부 역시 이 점을 놓칠 리 없다.

추 감독은 지역방어 빈도를 높였다. 그러나 잘 조직된 오리온의 지역방어 조직력에 존슨이 원활하게 적응하는 건 어려웠다. 새깅 디펜스(2~3명이 골밑에 밀집, 상대 돌파를 막고 빅맨들의 움직임을 압박하는 전술)를 시도할 때도 존슨의 활용도는 낮았다. 결국 이승현과 장재석의 골밑 수비는 골밑 수비대로, 외곽에서의 스위치디펜스는 스위치디펜스대로 원활하지 않았다.

추 감독은 "헤인즈가 빠져나가면서 평균득점이 10점 정도 낮아졌다. 수비에서 10점 이상 실점을 줄여야 승부할 수 있는데, 쉽지 않다"라고 했다. 존슨이 오리온의 평균득점 하락을 어느 정도 막아줄 수는 있지만, 수비력 강화에 기여하는 건 그리 쉽지 않을 듯하다. 결과적으로 존슨 가세 후 오리온의 경기력은 불안하다. 오리온으로선 그나마 존슨의 게임체력이 올라오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존슨.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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